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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애국심/정일화 워싱턴특파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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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애국심/정일화 워싱턴특파원(기자의 눈)

입력
1991.03.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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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프전이 끝난 지 20일이 지났지만 미국은 아직도 전쟁의 열기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전쟁중 죽은 자가 먼저 성조기에 싸인 채 돌아와 전국이 경의를 표하면서 술렁댄 데 이어 40여 일 간 이라크군의 포로가 됐던 21명의 남녀 군인이 귀국,감동적인 환영을 받았는 데 지금은 전쟁에서 이긴 병사들이 고향으로 개선해 전국이 환호와 갈채의 도가니이다.

부시 대통령은 이곳저곳에서 벌어지는 귀국영웅환영대회에 불려다니기에 바쁘다. 18일에는 공군기지가 있는 남 캐롤라이나주 섬터시에 가 노먼·슈와르츠코프 사령관의 옛 교관이 이곳 출신이었다는 것까지 들춰내면서 이 고장을 치켜 세우고 개선한 병사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을 불러가며 운동장이 찢겨져 나갈 듯한 격렬한 환영행사를 벌인 축제였다.

이기고 돌아온 자에게는 축제를 베풀었지만 이들보다 한 발 먼저 도착한 귀환포로들에게는 한층 값비싼 퍼플하트(명예상이 기장)훈장을 달아주면서 위로했다.

그보다 죽은 자에게 대한 정성은 말할 수 없이 지극했다.

걸프전 전사자는 총 1백23명.

이들의 시신이 돌아올 때 뉴욕타임스,워싱턴포스트 등 저명신문들은 지면을 아끼지 않고 전사자의 사진·이름·출신이력 등을 연일 게재,18세부터 55세에 이르는 이 전사자들의 영혼 하나하나를 위로했다.

고등학교마다 그 학교 출신으로 걸프전에 출전한 병사의 이름을 전쟁중 내내 큰 현수막을 만들어 걸어두고 있었다.

또 전사자가 생길 경우 그의 이름과 내력이 모교의 어디엔가 석판 또는 철판 위에 새겨져 후진들의 가슴에 살아있게 하고 있다.

유서 깊은 미국의 대학들에서는 교내 교회 안에 2차대전·한국전·월남전 등에서 전사한 본교 출신들의 이름을 새긴 기념벽을 흔히 만들어 놓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6·25전쟁에서 이름없이 죽어 간 무명용사의 이름을 한국땅의 어느 학교·어느 동네 어귀에서 찾아볼 수 있단 말인가.

이런 전사자를 깊이 마음 속에 새기는 미국의 모습은 6·25전쟁중 총마저 제대로 잡아보지 못한 채 맥 없이 죽어간 수만 어린 학도병을 스프게 하는 듯하다. 한국의 대학 어디에도 이들의 이름을 기억하며 기리는 모습을 찾기는 어렵다.

장교보다는 사병을,개선하는 장병보다는 귀환포로를 더욱 영웅대접하고 생자보다는 사자의 귀환에 국민적 관심을 쏟는 미국인들의 마음 가짐을 승자의 여유로만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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