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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고/박무 경제부차장(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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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고/박무 경제부차장(메아리)

입력
1991.03.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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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들은 주인을 위해 짖어대고 선비는 옳다고 믿는 것을 위해 목숨을 버린다』고 한다. 종교적 믿음을 위해 목숨을 바치고 학문적인 신념을 위해 평생을 대가없이 허비한 사람들은 수를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종교인이나 학자같은 「선비」계층이 아니더라도 스스로 옳다고 믿는 것을 위해 우기고 싸우는 것은 사람들의 일반적인 삶의 모습이다. 여러 가지 종교가 있고 다양한 학문이 있고 직업이 다르고 취미가 다르고 사는 방식이 다른 것은 사람마다 서로 믿는 것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나 사람들이 스스로 옳다고 믿고 있는 것은 서로 다르게 마련이다. 그래서 사람이 모이는 곳이면 어디서나 논쟁이 일어나고 다툼이 있게 마련이다.작게는 가정에서 자녀들의 진학이나 진로선택문제로 부부간에 또는 부모자식간에 의견충돌이 생길 수 있고 직장에서 상사나 동료·선후배 사이에 온갖 비근한 일상사로 의견이 틀려 마찰과 다툼이 일어날 수 있고 크게는 국가경영에 관한 문제로 내각제냐 대통령책임제냐 하는 식으로 정당간 또는 이해집단간에 충돌이 생길 수 있다. 민주주의란 서로 옳다고 믿는 것이 수천수만 가지씩 무한대로 공존할 수 있고 그런 다양한 이견들이 하나의 질서와 틀 속에서 조화를 이루어나갈 수 있는 체제를 말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건국 이후 지난 40여 년 동안 우리 사회는 비민주적인 방식으로만 운용돼 왔다. 가정에서나 일반 사회생활에서나 또는 정부를 구성하고 국가를 운용하는 데서 우리가 익숙해져온 것은 『색깔』을 용납할 수 없는 단색구조였다. 맞느냐 틀리느냐 찬성이냐 반대냐 하는 단세포적인 흑백논리와 2분법적 사고에만 길들여져 온 것이다. 흑백TV만 보아온 사람이 컬러TV의 다양한 색채를 이해할 수 없는 색맹이듯이 40여 년 동안 익숙하게 길들여져온 흑백사고구조가 민주화시대의 다양한 주의·주장을 만나 사고의 혼란을 일으키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6·29선언 이후 3년여 동안 우리 사회의 각 분야에서 민주화의 거센 물결이 일어나 권위주의에 길들여진 『낡은 체제』가 부서지고 있지만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2분법적 사고구조는 아직도 그 완고한 틀을 깨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권위주의 방식으로 하면 잘 되는데 민주주의 방식으로 하면 경제가 안 된다』거나 『소득수준이 1만달러 정도가 될 때까지 역시 권위주의 방식으로 해야 한다』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 그 좋은 본보기라고 할 수 있다. 증시주변에 나돌고 있는 『4월 위기설』의 배경도 바로 그런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제도와 틀을 아무리 민주적으로 개편해놓아도 그에 상응하는 신사고가 따르지 못하면 『민주화』는 이루기 어렵게 된다. 『힘』에 의존하지 않고는 다양성을 통일할 수 없는 사회는 영원히 민주화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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