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광복의 역사적 의미를 연구,분석한 학술논문이나 가슴 벅찬 그 감격을 다룬 시,에세이,희곡,소설,기록화,가요 등 예술작품은 적지 않다. 그러나 광복 반세기가 가깝도록 미술분야의 대작인 기념조형물이 아직 세워지지 않았고 음악분야의 대서사시격인 교향곡은 말할 것도 없고 변변한 관현악연주곡도 한 편 없는 형편이다. ◆정부기관인 문화부는 광복기념교향곡을,민간단체인 방송문화진흥회는 광복축전곡을 준비하고 있어 아마도 내년 광복절에는 광복을 주제로 한 2편의 관현악곡을 대하게 될 것 같다. 방송문화진흥회의 축전곡은 국내 작곡가에 이미 위촉되어 작업중인데 문화부 추진의 교향곡의 작곡자로 국내 음악인을 젖혀놓고 외국인이 내정되었다고 하니 이 무슨 당치도 않은 망발인가. ◆서울에서 초연된 후 세계 각국서 널리 연주되어 한민족의 광복에 그치지 않고 세계 약소민족의 해방을 기리는 명곡을 남기기 위해서라는 해명이 그럴싸 하고 코리아나가 불러 전세계적으로 히트했던 서울올림픽 공식가요 「손에 손잡고」가 이탈리아인이 작곡한 전례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민족사의 전기를 이루는 광복이 어찌 올림픽이라는 행사와 같을 수 있단 말인가. 민족의 자주성을 짓밟고 전통문화의 뿌리를 송두리째 뽑아버리려고 한 일본인들의 억압통치에 온겨레가 시달리며 몸부림쳤는데 그 질곡에서 풀려난 광복의 감격을 선율로 형상화한 교향곡이 이방인에 의해 완성된다면 후손들에 대한 면목뿐만 아니라 민족문화의 주체성과 자긍심이 땅에 떨어지고 말 것이다. ◆정명훈,최현수,백건우,김영욱,강동석 등 한국의 연주가들이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데 막상 창작분야에 있어서는 광복 반세기에 가깝도록 광복을 주제로 한 관현악 연주곡 하나 내놓지 못하고 모처럼의 광복기념교향곡을 외국작곡가에게 위촉할 정도로 불모의 상황이라면 바로 이것이 한국 음악계의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재능과 역량을 지닌 국내 작곡가가 없는 것인가,있는데도 찾지 못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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