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모임·지불동맹안 등 제기/루블화 거래 중지시기도 이견소련 및 동구권 국가들이 최근 40여 년간 지속돼 온 코메콘(COMECON·공산권 경제상호원조회의)을 대신할 새로운 경제기구의 창설에 마지막 박차를 가하고 있다.
소련과 동구의 대변혁에 따른 코메콘의 해체는 이미 결정된 상태나 대체기구의 성격을 둘러싸고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소련 불가리아 체코슬로바키아 헝가리 폴란드 루마니아 쿠바 몽골 베트남 등 코메콘의 9개 회원국 대표들은 지난 14일 모스크바에서 모임을 갖고 이 기구의 공식 해체와 앞으로의 대책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그 동안 코메콘을 좀더 느슨한 국제경제협력기구로 대체한다는 원칙에는 합의했지만 ▲새로운 기구의 구체적 성격과 ▲그 동안 소련 및 회원국간의 거래결과 태환성이 없는 소련 루블화로 결제된 무역거래액의 처리문제 등을 놓고 토론을 벌였다.
동구국가들은 잠재적인 거대한 시장인 서구측과도 경제관계를 확대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원자재 공급처로서의 소련과도 주요 교역국으로서의 관계를 계속 유지하려 하고 있다.
코메콘 회원국들이 구상하고 있는 새로운 기구는 경제정보 등을 교환하는 단순한 토론의 장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리우츠·레드보로우스키 폴란드 대외무역장관은 최근 새로운 기구가 서방선진국들의 기구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흡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새로운 기구가 내부적인 결속력은 갖지 않는 대신 필요하다면 국가간 직접 거래를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우리는 헝가리와 체코간 자유무역지대를 설치하기 위한 협상을 시작하자고 제안했다』고 밝히고 『그들은 이 제안에 동의했지만 아직 협상준비가 안 되어 있는 상태다』라고 말했다.
불가리아의 아타나스·파파리조프 무역장관은 최근 새로운 기구가 좀더 적극적인 역할을 맡아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신기구가 2차세계대전 직후 서구국가들이 완전히 대외교역을 자유화하기 이전 이들 국가간의 교역과 자금지불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설립했던 유럽지불동맹(EPU)과 같은 기능을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새로운 기구는 유럽공동체(EC)와 공동으로 협상할 수 있는 「개방적이고 지역적 모임인 동구 자유무역지대」로 발전되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신기구의 성격에 대해 다른 견해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벨라·카다르 헝가리 대외무역장관은 『새로 탄생할 기구는 코메콘의 지난 40년간의 역사를 완전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현재 코메콘이 해결해야 할 문제는 ▲회원국들간의 무역적자 및 흑자분의 처리 ▲소련에 투자된 코메콘 투자분의 배분문제 ▲코메콘 공동재산의 분할문제 등이다.
이같은 문제들은 최근 수 년간 동구국가들이 소련과의 교역에 있어 대부분 흑자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소련은 동구국가들과의 교역에 있어 54억달러 정도의 엄청난 적자를 기록했다.
코메콘 체제의 붕괴는 지금까지 소련이 동구국가들에 에너지와 원자재를 싼값에 제공하는 대신 이들이 생산한 공산품을 수입했던 교환방식이 세계시장가격을 기초로 한 달러화 교환제도로 전환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럴 경우 가장 큰 이익은 소련이 보게 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 이미 지난해 후반기부터 시행되고 있는 원유값 달러화 기준 거래에서도 잘 증명되고 있다.
때문에 동구국가들은 현재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루블화로 당분간 거래하기를 원하고 있다. 하지만 소련은 이에 대해 난색을 표시하고 있어 소련과 동구권간의 교역규모는 당분간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극심한 내부진통을 겪고 있는 소련과 시장경제체제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는 동구가 과연 어떠한 새로운 경제협력기구를 탄생시킬지는 상당부분 소련의 태도에 달려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이상호 기자>이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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