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호군 유괴 피살사건/알리바이 미리 준비여부에 초점서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이형호군 유괴 살해사건을 5일째 공개수사하고 있는 경찰은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이군의 인척 이 모씨(29)에 대한 알리바이 수사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성문 분석결과 협박전화 목소리와 같은 것으로 판명된 이씨에 대해 용의점을 두고 연행조사했으나 알리바이가 분명하고 지난 15일 이씨 집에 대한 압수수색에서도 범행과 관련된 뚜렷한 물증을 찾아내지 못함에 따라 16일 일단 이씨를 귀가시켰다.
그러나 경찰은 명백한 과학적 증거인 성문 분석결과와 함께 여러 정황증거와 추리 등으로 그려낸 범인의 윤곽이 이씨와 가장 근사하다는 점 때문에 이씨에 대한 미련을 쉽게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우선 범인이 면식범일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숨진 형호군의 성격이 활달한 데다 최근 부모들로부터 유괴에 대한 주의를 많이 들어 낯선 사람들에게는 지나칠 정도의 경계심을 보여왔다는 것이다. 또 형호군의 체격이 같은 나이 또래로 보기 힘들 만큼 50㎏이 넘는 체구여서 모르는 사람에게 주의의 눈에 띄지 않게 끌려가는 것은 어렵다는 판단이다.
범인의 목소리를 서울대 언어학과 교수팀이 분석한 결과도 이씨에게 계속 의심을 두기에 충분하다. 음성분석결과 범인은 30대 전후의 고졸 이상 학력자,경기 포천 등지 출신의 표준어를 쓰고 있으나 경상도 사투리 억양이 간간이 뒤섞여 있는 것으로 나왔다. 이는 경남에서 태어나 6살 때 상경한 이씨의 성장과정과도 연관되는 부분이다.
최근 이씨가 부도를 내 돈이 필요한 범행동기도 설명이 가능하고 지난 82년 형호군 생모와 아버지가 별거 당시 이씨가 개입,7천만원을 받아냈다는 점도 이번에 유괴범이 굳이 7천만원을 요구했다는 점과 관련지어볼 수 있다는 것이다.
경찰은 이씨의 알리바이가 너무도 완벽하다는 데 대해 도리어 의심을 하고 있다. 경찰조사에서 이씨는 한 달 전의 알리바이를 바로 어제일처럼 정확하게 시간과 장소를 대가며 주장했을 뿐 아니라 당시의 주차권까지 제시하며 자신의 무관함을 강조했다. 상식적으로 준비하지 않는 한 한 달 전의 주차권을 계속 갖고 있다든가 상세히 시간까지 기억한다는 것은 도리어 부자연스럽다는 것이다.
수사결과 범인이 엉뚱한 데서 나타날 가능성을 배재할 수는 없다. 그러나 경찰은 만인부동인 성문 분석결과에 강하게 집착하고 있어 수사추이가 주목되고 있다.<이재열 기자>이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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