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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통합 걸프전후 “주춤”(세계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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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통합 걸프전후 “주춤”(세계의 창)

입력
1991.03.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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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전 안한 독 위상격하/영 메이저도 「시간벌기」유럽공동체(EC) 통합은 실종된 것인가. 걸프전으로부터 숨돌린 프랑스는 최근 EC특별정상회담을 제의하고 나서 주목되고 있다. EC가 치른 걸프전을 결산,이를 교훈으로 유럽건설의 새로운 활력소를 찾아내자는 목소리이다.

오는 93년 1월까지 유럽단일시장을 완성,인적 물적 용역,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이룩한 뒤 정치통합까지 추구하려던 EC통합이란 이상은 지난번 걸프전에서 유럽 각국의 입지가 엇갈리는 참담한 현실을 체험했다.

영 불은 다국적군의 주력으로 참전,자신의 위상을 일단 부상시켰다. 전후의 세계질서를 논의키 위해 지난 14일 열린 미불정상회담도 프랑스로 보면 참전의 배당금을 얻으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통일독일은 걸프전에서 단지 「금고의 역할」로서만 자족해야 했다. 「89년이 독일의 해라면 90·91년은 영국과 프랑스의 해」란 말이 이래서 나온다.

최근 EC 건설을 다시 일깨우고 있는 사람은 미테랑 불 대통령이 아니라 자크·드롤 EC집행위의장이다.

그는 지난주 EC의 「악역」을 맡아 「적지」 런던에서 직접 정치동맹의 추진을 강조하면서 분쟁개입에 신속히 배치할 유럽다국적군 창설까지를 포함한 정치동맹협약을 95년 이전에 맺자고 제의했다.

이에 대해 존·메이저 영국 총리로부터 『우리는 우리가 있어야 할 곳에 있길 원한다. 우리의 협력자들과 함께 유럽건설의 중심역할을 하겠다』는 선언이 나왔다. 대처 전 총리 때의 냉담했던 관계로부터 메이저의 미소를 맞은 헬무트·콜 독일 총리는 영국이 경제·통화·정치동맹 형성에서 고립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는 지금까지 「11 대 1」의 도식이 바뀐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인가. 유럽건설의 기존축이던 불 독 대신 영 독축이 생기는 것인가 라는 의문을 제기케 한다.

영국 신문들은 메이저가 전임자 대처가 추구해온 기존입장을 박차버렸다는 식으로 그의 연설을 크게 보도했다. 그러나 프랑스언론은 냉담했다.

르 몽드지는 『메이저의 발언에서 나타난 통화협력은 회원국들의 경제정책에 의해 수렴되어야 하며 현재의 격차 속에서 이를 강행한다면 격차 폭을 더 넓힐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또 EC 공동의 조급한 외교안보정책 수행에 대해 『독일의 대소 관계나 프랑스의 대알제리 관계,영국의 대홍콩 관계를 EC가 지시할 수 있는가. 이에 대한 대답은 이미 가능하지 않은 것으로 나와 있다』고 한 메이저 총리의 말을 지적했다. 게다가 영국은 EC에 통합되길 원하는 서구동맹(WEU) 대신 나토가 유럽방위의 주역이 돼야 한다는 「대서양 횡단의 끈」을 놓치지 않으려 하고 있다.

결국 세계의 신질서구축의 일환으로 프랑스가 원하는 탈미국의 「유럽」 건설을 위한 EC통합은 영국의 제동에서 벗어난 게 아니다.

당초 독일 통일이 다가오자 미국의 새로운 유럽파트너는 영국 대신 독일인 것으로 판단되기도 했다. 또 부시 미 대통령이 추구하는 새로운 세계질서는 통일독일이 이끄는 유럽과 일본·소련을 축으로 형성된다는 것으로 여겨져왔다.

그러나 독일과 일본은 걸프전에 참가치 않았고 소련은 가속화되는 내부붕괴로 새질서 구축에 주도적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게 프랑스언론의 분석이다. 결국 유럽에서 세력판도의 형성은 1개 국가의 우위가 아니라 EC가 돼야 한다는 게 프랑스의 구상인 듯하다.

결국 지난 2년간 행복감에 젖어 있떤 유럽 건설은 독일이 구동독재건에 우선순위를 부여하고 있고 영국이 시간벌기를 하고 있는 등 서로 일치감을 보이고 있어 주춤거리고 있다.

독일은 이미 유럽통화동맹의 제2단계로서 94년으로 합의했던 유럽중앙은행 창설을 97년으로 연기할 것을 희망,새로운 금융기관 창설에 신중한 영국에 동조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독일은 정치적 통합에선 연방적 성격 때문에 프랑스 쪽에 기울어 있어 앞으로 유럽 건설에 균형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란 기대도 있다. EC 주변에선 이제 EC건설이 불 독축이 아니라 영·불·독의 3각관계에 의해 이뤄지게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영국도 이젠 주변에서 겉돌지 않고 「싸우면서 건설하겠다」는 입장을 뚜렷이 내보이고 있다.<파리=김영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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