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도 99%… 나이·출생지·키·학력 등 파악가능/87년 혜준양 유괴 때도 개가… 외국선 증거인정이형호군(9) 유괴살해사건을 수사중인 경찰이 46차례나 협박전화를 걸어온 범인의 성문분석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의뢰함에 따라 성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경찰은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친척 이 모씨(29)의 음성을 녹음,이미 녹음돼 있는 범인의 협박전화 음성과 성문을 대조한 결과 일치한다는 국과수의 통보에 따라 이씨를 15일 다시 불러 알리바이를 확인하고 압수 수색까지 실시,별 혐의점을 찾아내지 못했음에도 성문분석의 신뢰도가 99%에 이르는 점 때문에 이씨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성문은 사람의 목소리를 음성분석기를 통해 지문처럼 무늬로 시각화한 것으로 사람마다 독특해 오차가 10만분의 1밖에 안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성문을 통해 조사할 수 있는 것은 억양,기본주파수,발음지속시간,진폭,파형 등 7가지로 이를 통해 동일인 여부를 쉽게 가려낼 수 있다.
특히 성문은 연령과 출생지는 물론 키·학력·말버릇·직업까지 파악할 수 있는 단서가 된다.
미 연방수사국(FBI) 통계에 의하면 지난 86년 2천건의 성문분석에서 오판으로 드러난 경우는 3건에 불과할 정도로 신뢰도가 높아 미국·일본·독일 등에서는 성문을 지문과 동일한 증거로 인정하고 있다.
성문분석 방법이 우리 경찰수사에 도입된 것은 87년 7월부터 국과수가 성문분석기 등 신형 장비를 들여오면서 성문분석실을 설치,수사에 활용해왔다
지난해말까지 분석한 성문은 3백37건이며 범인을 검거한 것이 유괴·협박·폭파공갈범 등 22건,동일인이 아니라고 판정한 것이 1백23건이다.
나머지는 녹음상태가 불량하거나 너무 짧게 녹음돼 식별이 불가능한 것이었다.
정확한 성문감식을 위해서는 녹음상태가 깨끗해야 하며 최소한 한 문장 이상이어야하고 대화량이 많을수록 좋다.
이번 형호군 유괴사건의 경우 범인이 46차례나 협박전화를 걸어와 분석자료는 충분하다.
경찰이 성문분석으로 해결한 대표적 사건은 87년의 원혜준양 유괴사건. 당시 경찰은 용의자 50여 명 중 감정결과 성문이 동일하게 나온 범인 함효식으로부터 범행 일체를 자백받는 데 성공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서울 형사지법에 성문이 증거물로 제출된 재판이 계류중이긴 하나 성문의 증거능력을 인정한 판례가 없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충분한 교육을 받은 수사요원 확보와 첨단장비 도입 등 개선할 점이 없지 않지만 정확도가 상당한 인정을 받고 있는 만큼 하루빨리 법정증거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이재열 기자>이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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