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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고,내란 상황 직면… 쿠데타 임박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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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고,내란 상황 직면… 쿠데타 임박설

입력
1991.03.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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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분쟁 반세르비아 진영 반공화/군은 공산동맹 소속 많고 연방론 세력/분권 내건 크로아티아공 등도 무장… 일전 태세대규모 반공시위에 이어 보리사프·요비치 유고 대통령이 15일 전격 사임함에 따라 유고슬라비아정국은 군부쿠데타와 내란의 위험에 직면하는 등 극도의 혼미를 거듭하고 있다.

요비치 대통령은 이날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통해 지난 9일부터 지속돼 온 세르비아공의 반정부시위를 진압하자는 군부의 건의를 최고 집행기관인 8인 연방간부회가 거부한 데 따른 불만의 표시로 돌연 사임을 발표했다.

이와 관련,유고의 육군참모본부는 이날 밤 국영 TV를 통해 『군은 연방간부회가 비상사태 선포를 거부함에 따라 적절한 후속조치를 강구하고 있다』는 성명을 발표함으로써 쿠데타 임박설을 기정사실화했다.

유고의 이 같은 긴박한 사태는 직접적으로 지난 9일부터 계속돼온 세르비아공내의 반정부 시위사태와 이를 진압하기 위한 군부의 개입여부를 둘러싸고 빚어진 것이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오랫동안 내연돼 온 각 공화국간의 갈등이 가시적으로 표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6개 공화국과 2개 자치주로 구성된 다민족 연방국가인 유고는 1945년 건국 이후 티토의 강력한 지도력과 카리스마로 이질적인 공화국들간의 결속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티토 사후인 80년부터 연방해체 움직임이 시작됐고 지난해 2월 세르비아공내 알바니아인들의 코소보 자치주에서 발생한 민족분규를 계기로 이 같은 움직임은 공화국간의 첨예한 대립의 형태로 표출되기 시작했다.

현재 유고의 공화국간 세력판도는 크게 세르비아공과 반세르비아 진영으로 형성돼 있다. 이번 연방간부회에서 비상사태에 찬성한 세르비아공과 몬테네그로공,보이보디나 자치주가 세르비아 진영을 구축하고 있으며 반대입장인 크로아티아공,슬로베니아공,마케도니아공,보스니아공,코소보 자치주 등이 반세르비아 진영으로 뭉쳐 있다.

세르비아 진영의 공화국들은 강경 공산세력이 집권,강력한 중앙집권 정치체제와 연방정부의 경제통제를 주장하고 있는 반면,크로아티아공이 주도하고 있는 반세르비아 진영은 정치·경제의 지방분권화와 공산주의의 포기를 요구하고 있다.

이 같은 배경에서 세르비아공은 중앙집권강화를 위한 개헌을 추진해 왔는데 이러한 시도는 동유럽개혁 이후 비공산세력이 집권한 크로아티아공 등 반세르비아 진영의 강한 반발에 부딪쳐 합법적인 절차로는 실현이 어려운 상태에 있다. 즉 크로아티아공과 슬로베니아공 등 인구수는 적지만 경제적으로 부유한 공화국들은 지난해 4월 총선에서 연방탈퇴를 내건 민족주의 정당이 승리를 거둠으로써 세르비아공에 정면도전을 하고 나선 것이다.

유고 영토의 3분의1과 인구의 40%,그리고 군장교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세르비아공은 이에 맞서 그 동안 반세르비아 진영과의 일전도 불사하겠다는 엄포를 거듭해 왔는데 이번 요비치 대통령의 사임은 그 같은 엄포가 실제 행동에 옮겨질 수도 있음을 강력하게 경고한 사건으로 볼 수 있다.

현재 세르비아공의 이 같은 강경노선은 「세르비아 패권주의의 기수」 「제2의 티토」라는 평판을 듣고 있는 집권사회당(구공산당) 지도자 슬로보단·밀로세비치에 의해 주창되고 그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군장성들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다.

특히 유고 군장성 대다수가 유고연방의 유지를 주요정강으로 채택하고 있는 유고 공산동맹 소속이란 점에서 연방탈퇴 움직임과 반공세력에 대한 군부의 거부감은 매우 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유고군부가 쿠데타의 형태로 이들 세력을 탄압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크로아티아공 등 반세르비아 진영도 이미 자체군대를 창설,세르비아공이 장악하고 있는 유고군부와의 일전태세를 준비해 왔다는 점에서 최악의 경유 유고는 내전상태로 치달을 가능성마저 있다.

극적인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는 한 중동에서 멈춘 포성이 발칸반도의 유고에서 다시 울리게 될 지도 모른다.<김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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