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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팡질팡했던 10부제(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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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팡질팡했던 10부제(사설)

입력
1991.03.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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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프전쟁 종전 이후 계속실시 여부를 둘러싸고 보름 이상이나 논란을 벌여온 자가용 승용차 10부제 운행이 경제장관회의서의 에너지절약시책 완화결정에 따라 마침내 전면 해제되었다. 당초 10부제 운행이 걸프전쟁으로 인한 전세계적인 원유부족 등 난국을 극복하기 위한 비상대책이었던만큼 걸프전쟁의 종전과 함께 해제되는 것은 원인소멸에 따른 지극히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원상회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원상회복이라는 간단한 결정을 내리는 데에도 방침이 조변석개로 바뀌어 적지 않은 우여곡절을 거듭한 것이 한심스럽기만 하다.지난 한 달 가까운 기간에 자가용 10부제 운행에 관하여 국무총리가 서너 차례나 발언하였고 국무회의서도 여러 차례 논의한 것으로 보도되었으나 그때마다 정부의 방침은 걸프전 종전과 관계없이 계속실시,개선방안 강구,일부완화 등으로 일관성 없이 뒤흔들려 국민생활에 혼란만 가중시킨 끝에 전면해제로 결말지어졌다. 전쟁의 조기종식,국제원유가격의 안정세 유지 등으로 걸프전쟁 발발 이후 원유 수급사정은 뜻밖의 돌발사태 없이 순조로웠다. 원유의 수급사정이 순조로웠는데도 정부의 방침이 갈피를 잡을 수 없이 뒤흔들리고서야 격동하는 위기상황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인지 염려스럽기만 하다.

걸프사태의 악화에 따라 공무원들을 상대로 지난해 12월1일부터 실시하고 걸프전쟁이 발발하자 1월18일부터 전면적으로 실시한 자가용 10부제 운행은 난국극복을 위해서는 모두가 동참하고 합심하여야 한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 비상대책이었다. 실시 초기에는 차량통행량을 8.3% 줄여 도심지역의 차량속도를 2∼3㎞ 높이고 대기오염·소음 등을 덜며 휘발유소비량도 7% 정도 줄이는 효과를 보였다. 그러나 이와 같은 긍정적인 효과는 캠퍼주사와도 같은 단기적인 것일 뿐 자동차가 국민생활의 중요한 이기로 자리잡은 현실적인 상황에서 10부제 운행은 장기적으로는 단기적인 긍정효과를 상쇄하는 부작용을 빚게 마련이다.

대중교통수단의 혼잡가중,생산활동의 저해,국민생활의 불편 등 부작용은 10부제 운행으로 얻어지는 7% 안팎의 휘발유 절약효과보다 훨씬 큰 부담을 안겨줄 수도 있는 것이다. 실시 초기의 긍정적인 반응과 달리 자가용 10부제에 대한 반발과 저항이 걸프전 종식 이후 거세진 것도 그 때문이다.

정부는 10부제 운행 같은 캠퍼주사식 에너지 절약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대체에너지 개발,연비의 제고,신제품의 개발,폐품활용 등 보다 근본적이고 구조적이고 항구적인 에너지절약방안을 개발하여야만 할 것이다.

10부제 실시 이후 당국은 여론조사 결과 국민지지율 80% 이상이라는 계수홍보에만 치중했을 뿐 종합적인 시책효과의 측정과 분석,실태파악을 소홀히 하였다. 뚜렷한 정책지표를 세우고 실태를 정확히 분석한 가운데 일관성있게 추진되는 정책집행을 거듭 촉구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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