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력유도 여신규제 완화 불만/노동계도 “근로의욕 고취방안 없다” 볼메우리 경제가 당면한 제조업 경쟁력저하현상을 극복하려면 정부의 지원뿐 아니라 기업·근로자 등 각 경제주체의 각성과 자세전환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같은 시각은 기업가의 진취적 경영의욕과 근로자의 성의있는 근로자세 등 지금까지 우리 경제를 이끌어온 정신적인 원동력이 한꺼번에 퇴색,산업구조조정기와 겹치면서 최근의 침체상황을 불렀다는 인식에서 비롯되고 있다.
정부가 지난 89년 이후 수차례 경기부양책을 시도하는 등 힘겨운 노력을 벌였으나 자유시장경제체제하에서 경제주체들의 적극적 호응이 없어 정책효과는 곧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었다.
이번 대책에 포함된 여신규제완화시책을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는 재계의 태도나 『경쟁력강화시책 속에 근로의욕 제고를 위한 대안은 왜 없느냐』고 이의를 제기하는 근로자들의 자세 등을 보면 아직도 각 경제주체가 「나는 잘하는데 주위에서 태도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버리지 못하고 있음을 반증한다고 볼 수 있다.
○…구태 집착의 두드러진 사례는 여신규제 완화를 둘러싼 재계의 반발이라는 분석이 압도적이다.
당초 정부는 개방시대를 맞아 국내기업이 세계무대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업종전문화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듯하다.
경제력 집중을 막기 위해 채택한 대기업 여신규제장치가 국제화를 앞두고 백화점식 문어발 경영을 오히려 온존시키는 결과를 빚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재벌그룹당 2∼3개 주력업체를 선정,전문화하는 업체에 대해선 여신규제 대상에서 제외시키겠다고 밝혔다.
여신관리에 대해 끊임없이 볼멘소리를 해온 재벌입장에선 크게 환영할 정책변화가 될 것으로 생각됐다.
그러나 정작 재계의 태도는 주력업체 선정에 대해 난색을 표하면서 아예 여신규제장치를 송두리째 없애라고 요구하고 있다. 주력업체 지정에 반대하는 표면적 이유는 자기 그룹의 비주력업체가 타그룹의 주력업체와 경쟁,뒤질 게 뻔하므로 그럴 바엔 문어발 경영의 현상유지가 낫다는 속셈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같은 분석이 사실이라면 이는 외국기업과 대결할 경쟁력을 키우기보다 좁은 내수시장에서 국내 타그룹들과의 세력균형을 더 중시하는 「골목대장」식 사고방식이 아닐 수 없다.
재계는 그 동안 기회있을 때마다 공장용지 부족을 호소해왔지만 그것이 절박한 현실상의 필요와 동떨어진 말장난에 지나지 않음이 드러났다.
이번 대책수립 과정에서 정부는 전경련 등 기업단체를 통해 업종별로 공장용지수요계획과 구체적인 애로요인에 관해 상세한 실태자료를 보내라고 요청했다.
그런데 정부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실질적인 공장용지 수요량은 올해 정부가 계획중인 공단지정면적보다 훨씬 적었으며 애로요인으로 내세운 내용도 여건이 좋은 수도권에 땅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내용이 고작이었다는 것이다. 이를 확대해석하면 기업이 호소해온 공장용지난이란 실제 필요한 부지면적보다 몇 배 혹은 몇십배 넓은 땅을 사서 지가상승 차익을 누리고 싶은데 각종 규제가 심해 마음대로 안 된다는 얘기도 될 수 있다.
○…근로의욕 해이도 심각한 상황이다. 공업진흥청이 수출상품 중 2백95개 품질검사 대상품목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불합격률은 지난 88년 3.1%였던 것이 지난해 6.2%로 급증,불과 두 해 사이에 2배로 증가했다. 이는 일본 등 경쟁국 업체 중 일부가 품질불량률을 1백분율(%)에서 1백만분율(PPM)로 낮추거나 ZD(무결함)운동을 펼치는 것과 크게 대조를 이룬다.
14일 대통령 주재로 열린 경쟁력강화보고대회에서 근로자 대표로 나온 한 노조간부는 『최근 수년간 임금이 거의 배로 올랐지만 물가·부동산값의 엄청난 상승을 생각할 때 고율의 임금인상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생산의 최종담당자인 근로자 개개인이 작업 열의가 떨어져 불량품을 양산하고 상품의 신뢰도가 저하되는 상황이 계속되는 한 경영자들도 임금인상 요구를 제대로 들어줄 능력을 잃게 되는 것은 불을 보듯 명확하다.
○…이런 전후사정을 감안,전문가 일각에선 『지난 60년 이후 수년 전까지 우리 경제가 공업화를 진행해온 과정은 생산 그 자체가 중요했던 양적 팽창기』라면서 『중진국 문턱에 도달한 이제는 어떤 품질의 물건을 어떻게 만드느냐가 의미를 갖는다』고 지적한다.
기업·근로자 등 경제주체가 「하면 된다」는 식의 단순사고를 승화,「하되 최선을 다한다」는 차원으로까지 의식과 자세의 전환을 해야 개방시대의 국제경쟁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유석기 기자>유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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