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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 “그 후보가 그 후보” 열기 시들(지자제 표밭풍향: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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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 “그 후보가 그 후보” 열기 시들(지자제 표밭풍향:2)

입력
1991.03.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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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여 압도적·직업 자영업 주종… 감시역할 회의/유권자 선택폭 적어 고민… 무투표 당선도 속출/무관심 유발… 선거취지 퇴색영남권은 평민당이 기세를 올리고 있는 호남권과 전면적으로 대칭되는 친여 성향의 후보가 압도적 다수를 점유,지역편향성을 그대로 나타내고 있다.

따라서 친여 후보가 80%를 넘는 점에서 선거도 여권후보들의 「키재기경쟁」이며 선거 후 구성될 기초의회 또한 일방적 운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야당 성향의 후보는 민주당측이 경남 47·부산 45·대구 80·경북 15명 등 모두 1백87명으로 전체의 4.2% 정도이고 평민당 후보는 지극히 미미한 상태.

그런 만큼 주민들은 오히려 견제세력이 존재하지 않음으로써 파생할 부작용,즉 내고장 살림살이에 대한 감시에 비판의 기능이 사라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결국 영남권의 지자제선거는 비슷한 후보를 놓고 유권자들이 최종판단을 내려야 하는 양상이지만 이것도 어렵다는 게 유권자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현행 선거법이 후보자와 유권자의 접촉을 극히 제한하고 있는 데다 침잔된 선거분위기로 인해 적합한 후보를 가려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여기에 후보자의 직업도 상·공·농업 및 건설업에 치중돼 있어 선택의 폭을 좁히고 있다.

전문직 및 기능직은 극소수에 그치고 있다.

교육자의 경우 대구는 1명도 없고 부산·경남이 각 3명,경북 6명 등이며 의·약사도 경남 28·경북 24명,부산 17명,대구 10명에 그치고 있을 뿐이다.

공무원 출신도 부산·경북이 각 2명일 뿐 대구·경남은 1명도 없다.

또한 이 지역에서는 후보자 사전조정과 무관심으로 무투표 당선지역이 속출해 모처럼의 투표권 행사마저 포기해야 할 입장이며 이러한 양상은 선거일인 오는 26일 이전까지 곳곳에서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같은 지역에 같은 연고의 후보인 데다 경력도 비슷하고 친여 성향이어서 지역유지들이 경쟁을 피하도록 종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후보자끼리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곳도 적지 않으며 이에 따른 공약남발도 점차 양산되는 국면도 없지 않다.

그래서인지 기초의회차원에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고차원의 정책적인 사안들도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부산해운대구의 천 모 후보는 그린벨트 완화를,사하구 최 모씨는 산복도로 개설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또한 대구 동구 모씨는 마을을 가로지르는 철로 이전을,북구 출마자는 마을개발제한구역 해제를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이 지역 후보자들이 내세우고 있는 공약들은 ▲그린벨트완화 ▲도로 개설 ▲주택개량 ▲환경정비 ▲복지사업 확대 ▲장학기금 조성 ▲지역재개발사업 등 5∼6가지에 집중되고 있다.

후보자들은 바쁜 선거일정에 쫓겨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할 시간적 여유가 없어 생각나는 대로 선거공보용 공약을 내세웠을 뿐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도 이번 지자제선거의 특징이다.

부산시 변호사회 소속 공창희 변호사(49)는 『지방자치제의 성패는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자치단체의 행정독주를 견제하는 기초의회의 활성화에 있다』며 『유권자들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선거법의 전면손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대구시 수성구 일촌동 박재규씨(31·상업)는 『후보자가 여당일색인 데다 공약 또한 비슷해 이들이 과연 지역주민의 대표성을 갖고 있는지조차 자신할 수 없다』고 말했고 동구 신암동의 한 주민은 『후보의 면면에 실망,투표권 행사를 하지 않기로 했지만 참정권이 박탈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기초의회선거 양상에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대구대 이경태 교수(사회학)는 『후보자 대부분이 친여 성향인 데다 자영업자들이라는 점에서 기초의회가 이들의 개인이익을 대변하는 쪽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며 『그런 만큼 이번 기초의회선거는 결과에 따라 지자제의 근본취지마저 퇴색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영남권의 선거분위기가 부정적 양상을 띠자 각급 사회단체에서는 부적격자를 가려내 지자제가 성공적으로 뿌리 내릴 수 있도록 시민정신운동을 전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이 시민운동이 유권자들에게 얼마나 파고 드느냐가 영남권 지자제선거의 성패를 가름할 것으로 보인다.<부산·대구=최정안·유연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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