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개인적 결심 불과” 야 “공안기관서 회유·협박”/선관위선 선거침체 우려 속 “후보 많아 자연발생”○…30여 년 만에 부활되는 기초의회선거는 지자제가 갖는 역사성과는 달리 지역주민들의 반응이 지극히 냉담한 데다 무더기 후보사퇴마저 벌어지고 있어 지자제실시의 본래 취지마저 퇴색되고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그리고 유권자의 50%도 투표에 참가치 않아 사상 최저의 투표율이 우려되는 등 선거분위기가 침체되는 현상은 풀뿌리 민주주의의 당위성에 국민다수가 실천적인 지지를 보내지 않고 있다는 「역설」마저 성립시킬 수도 있는 실정이다.
특히 별다른 변수가 생기지도 않았는데도 전국 각선거구에서 후보사퇴가 속출하는 것은 선거의 차분한 「외양」과는 달리 내부적으로는 적지 않은 부분이 정상적인 양태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무더기 후보사퇴 사태를 바라보는 시각은 여야에 따라 큰 편차를 보이고 있다. 여당측은 이 사태를 후보자들간의 조정이나 개인결심으로 해석하고 있으나,야당측은 관권개입의 결과로 보고 있다.
그 동안의 선거관례로 볼 때 후보사퇴는 대략 ▲문중이나 동창에서 2명 이상 후보가 나올 경우 주변의 조정이 있거나 ▲후보자간 우열이 확연히 드러날 때 ▲무혈입성을 위한 후보매수행위가 있을 경우 이루어져 왔다.
이번 기초의회선거에서는 이 같은 관행과 함께 지자제의 참뜻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이권을 기대하고 출마한 후보자들이 「기초의회엔 별로 먹을 게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사퇴한 경우도 많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여당측은 이번 경우도 이 같은 선거관례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는 입장이며,자체조사결과 ▲재력도 없고 신망도 없는 인물들이 무작정 출마했다가 대세를 깨닫고 후퇴한 경우와 ▲사퇴를 빌미로 금품을 요구하기 위한 입후보 브로커들이 사퇴한 케이스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야당측은 『공안기관들이 공명선거라는 미명 아래 협박·회유 등의 방법으로 야권후보를 사퇴시키고 여권후보 경합지역에서는 여당측의 내부조정으로 무투표 당선자를 양산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야당측은 특히 후보자 마감 당시 무투표당선자 5백47명 중 민자당 출신이 70%에 육박,전체후보자 중 민자 출신의 점유비율(42%)보다 훨씬 높다는 사실이 여권의 후보조정작업이 어느 정도인지를 반증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야의 대치되는 입장이 구체적인 물증보다는 개인성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옥석을 가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 그러나 후보자가 등록 후 사퇴할 경우 기탁금 2백만원을 돌려받을 수 없는 데다,추가 후보사퇴로 해당지역 대부분이 무투표 당선지역이 됐다는 사실은 내부조정의 결과라는 시비를 계속 불러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중앙선관위는 이에 대해 후보사퇴에 대한 위법행위가 적발될 경우나 제보가 있을 경우,엄정조사 및 고발조치 등으로 엄중 대처하겠다는 원론적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현재까지 후보사퇴율이 0.5%에 불과한 상황에서 특별한 제보나 물증이 없는 데다 과거 통대선거 등 후보자가 많은 선거에서는 후보사퇴가 많았다는 「경험」을 전제,구체적인 조치를 취해야 할 단계는 아니라는 것이 중앙선관위의 입장이다. 중앙선관위는 그러나 후보사퇴가 선거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침체,왜곡시킬 가능성이 많고 39년 전 80% 내외의 투표율을 보인 과거 지자제에 비해 훨씬 저조한 투표율을 초래할 것을 염려해 「관심」 차원의 조사방침을 각 지역 선관위에 시달해 놓고 있다.
후보사퇴 사태를 보는 시각이 이처럼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후보사퇴가 매수나 인위적인 조정에 의해 이루어져서는 안 되며,이로 인해 지자제선거 자체가 위축되거나 참해당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지만 투표당일인 26일까지 후보사퇴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이영성 기자>이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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