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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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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1.03.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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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인 가족으로 월급은 50만원 넘게 받는다. 아직은 두 아이가 어려서 이만한 수입으로 살아갈 만하다. 그렇다고 몽땅 써버릴 수는 없지 않은가. 한 달에 10만원쯤을 은행에 저금하고 있다. 그런데 집세가 문제다. 봄이 되니 집주인이 전세를 5백만원 올려 받겠다고 나선다. 이게 제일 죽을 지경이다」 ◆어느 시내버스 운전기사의 하소연이다. 운전대를 붙잡은 채 말을 잇는다. 그는 지방의회선거엔 별로 관심이 없음을 솔직하게 털어놓으며,그렇다고 자기는 현실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으려고 애를 쓰고 있음을 되풀이 강조한다. 되도록 즐겁고 마음 편하게 살려는 데 집세가 머리를 자꾸 때린다며 얼굴에 수심이 감돈다. 토끼와의 달리기에 자꾸 처지는 거북의 모습이 연상된다. ◆제3차 국토종합개발계획은 국민에게 매우 화려한 청사진을 제시한다. 무엇보다 주택관계가 눈길을 끈다. 89년의 주택보급률 70.9%를 2001년엔 92.6%로 끌어 올린다는 것이다. 계획대로라면 밀집된 수도권의 주택보급률도 70% 이상으로 높아진다. 또한 신축의 40%는 임대로 건설한다는 것이다. 얼마나 아름답고 벅찬 꿈인가. ◆다른 낭보가 또 하나 있다. 주택은행조사 의하면 지난 1월중 도시의 집값은 작년 12월에 비해 0.6%쯤만 올랐다. 더군다나 다행하게도 전세값은 0.2%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과 전세가격이 이젠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낙관적인 분석이다. 그러나 꿈과 현실은 다르다. ◆지역편차가 있겠으나 소폭 상승과 내림세는 현실감이 적다. 거래가 활발하지 않을 뿐 오름세는 좀체 꺾일 것 같지 않다. 지수와 현장감각의 괴리가 불신의 불씨임은 알려진 사실이다. 집과 전세값은 꿈이나 지수로 풀어갈 일이 아니다. 주거의 불안,이것이 보통사람들의 최대의 고통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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