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로 마감한 시 군 구 의회의원선거 출마자 등록결과를 놓고 여러 가지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우선 예상보다 저조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고 이 분석에 따라 투표율이 너무 낮지 않을까 하는 전망 또한 지배적이다. 그러나 그런 분석은 잘못된 것 같다. 기준과 예상이 처음부터 틀렸기 때문이다. 평균 경쟁률이 5∼6 대 1로 치열한 싸움판인 국회의원 선거전을 기준으로 이번 선거를 예상하고 분석하기 때문이다. 죽기 아니면 살기식의 살벌한 선거만 오랫 동안 보아온 눈에는 이번 선거가 싱겁게 보이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같은 동네 사람끼리 타협도 하고 눈치도 보고 양보도 함으로써 무투표 당선자를 만들어내는 축제무드가 오히려 이상하게 느껴져 급기야는 「저조」로 분석되는 것이다. 선거란 이판 사판의 아귀다툼이 아니라 동네 축제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번 기회를 통해 배우는 것 같다. 선거구마다 후보 미달사태가 벌이진다면 저조하다는 걱정이 나오는 게 당연하지만 미달되는 곳은 하나도 없이 무투표당선자가 많이 나왔고 앞으로도 계속 타협과 양보의 산물이 여러 지역에서 나온다면 분위기는 저조가 아닌 축제쪽으로 기울게 될 것이다. 평균 경쟁률이 2.35 대 1이라는 것도 극히 정상적인 것이다.
과거의 우리의 예나 다른 선진국의 예를 보아도 그렇고 세비와 특권이 주어지는 것도 아닌 무보수 명예봉사직에 경쟁이 심하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맞지 않는다. 이 정도의 경쟁률이라면 과열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그대신 투표날 기권율이 올라가지 않을까 우려하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우려 역시 언제나 높은 투표율에 익숙해 왔던 우리의 습성 때문에 나오는 것이라고 보고 싶다. 50% 이상이면 족한 것을 굳이 70∼80%까지 욕심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선거는 이제 시작이고 투표는 열흘이 더 남았다. 「공명이 너무 지나치게 강조되는 통에」 저조하다는 일부의 지적도 있으나 이는 주객을 뒤바꾸는 분석이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칠 게 없는 것이 공명이고 보면 선거 자체를 성사시키기 위해 공명을 흐려도 좋다는 논리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것이다. 분위기가 아무리 저조해 지더라도 공명은 계속 고창되어야 할 것이며 「공명강조」 때문에 선거가 안 된다면 될 때까지 몇번이고 선거를 다시 해야 한다.
그리고 출마한 후보들을 놓고 친여 친야로 성분을 분석발표하는 것도 유난히 눈에 거슬린다. 정당개입을 막아 풀뿌리 민주주의의 중립성과 순수성을 유지하려는 취지에 정면으로 위배되기 때문이다. 정당에서 하는 짓인지 아니면 언론에서 하는지는 잘모르겠으나 「정당은 손떼라」고 해놓고 정당과 후보를 연결시키려는 행위는 자가당착도 이만저만이 아니라 가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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