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중인 여신관리 개편에 대해 당사자인 재벌들이 강한 반대의사를 표명한 걸 놓고 의아한 표정으로 그 이유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매우 많다.지난 6일 재무부의 개편안이 맨 처음으로 공개됐을 때 여신관리 대상기업을 종전의 30대 재벌에서 10대 재벌로 축소하는 등 기존의 여신관리를 크게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던만큼 『경제력 집중과 편중여신을 더욱 부채질한다』는 여론의 비판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그런데 재벌들마저도 이 안에 대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더니 급기야는 지난 11일의 전경련 정례회장단회의에서 여신관리 자체를 아예 없애야 한다는 의견을 내놔 「제도 존속상태에서의 개편」을 반대했다.
여신관리를 크게 완화하는 내용이므로 거기에 묶여있던 재벌들이 고맙다고 넙죽 받아먹지는 못하더라도 점잖게 수용하리라 기대했던 일반인들에게도 무지 이해가 쉽지 않은 반응이었던 것이다.
재벌들로서는 은행 돈줄이 여신관리에 의해 원천적으로 막혀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어왔다는 점에 비춰 이번 기회에 여신관리 자체를 없애자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지나치게 자기이익에만 집착한 나머지 종전의 사고와 행동에 토대를 두고 이처럼 예상밖의 기발한 발상을 한 것이 바로 우리 재벌들의 현주소이자 한계라고 아쉬워하고 있다.
좀더 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정부가 일반여론의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기업이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길을 터주겠다고 했는데 당사자가 반대하고 나선 것은 자가당착이라는 얘기다.
재벌들은 오히려 이번 개편과정에서 여신관리가 일부 완화되면서 돈줄이 트이게 된 것과 관련,이에 부응하는 새로운 면모를 보이겠다는 선언을 했어야 일이 제대로 풀렸을 것이라고 사람들은 주문하고 있다.
재벌들 표현대로 「세계에 유례가 없는」 여신관리제도를 만든 것도 사실상 「세계에 유례가 없는」 문어발식 기업확장과 땅 사재기를 해온 재벌 자신들인만큼 그 여신관리제도를 풀 주체도 결국은 재벌들이라고 지적되고 있다. 덩치에 걸맞지 않게 영토확장에만 급급하는 구태를 벗고 간판상품을 내실있게 가꿔가는 면모가 정착되면 여신관리는 없애지 말래도 자동 소멸되고 말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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