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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한 유괴살인 수사(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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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한 유괴살인 수사(사설)

입력
1991.03.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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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서의혹에 지방의회선거,이런 사이에 범죄와의 전쟁은 뒷전에 밀려나지 않나 걱정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끔찍한 유괴살인사건이 벌어졌다.실종된 지 40여 일 만에 9살짜리 국민학교생이 대로변의 하수구에서 숨진 채로 발견되었다. 처참하게 죽은 어린이는 두 손이 묶이고 비닐 테이프로 입을 막은 채였다고 한다. 범행의 지독한 잔인함에 진저리가 나며 수사의 무력이 새삼 한심스럽기만 하다.

이번 유괴살인은 대담하게 지능적으로 저질러졌음이 틀림없다. 30대로 추정된 범인은 오랜 시일에 걸쳐 장소를 옮겨가며 가족을 끈질기게 협박해 왔음이 드러났다. 유괴 직후부터 금품을 요구하는 전화를 40여 차례 거듭하면서,범인은 가증하게도 이미 시체로 발견된 20여 일 전에 무고한 어린이를 살해했음은 너무나 충격적이다. 범행동기가 원한관계 아니면 돈을 노렸거나 또는 단순유괴 중 어느 것이라 하여도,대뜸 목숨을 삐앗은 인간수심은 전율과 분노를 한꺼번에 불러일으킨다. 어린이 유괴는 모든 범죄 가운데 극악한 것이다. 피해가정만이 아니라 사회에 주는 고통과 상처는 엄청나다. 사람이 사람을 무서워하며 살아갈 수가 없는 노릇이다. 노인과 어린이를 한 구덩이에 생매장한 잔혹성이 아직도 남아 있다는 말인가.

어떻든 유괴살인범은 빨리 그리고 기필코 잡아내야 한다. 한계에 부딪친 수사력은 심기일전하여 범인 추적에 사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번 유괴사건은 가족의 요청과 언론의 협조를 얻어 비공개로 진행되었다. 몽타주를 만들 만큼 어렴풋하나마 범인의 윤곽은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범인의 비웃음을 사듯 검거에 실패했다.

유괴사건의 수사가 어렵다는 것은 공지의 사실이다. 범인이 자수하거나 시민의 제보가 없으면 수사가 미궁에 빠지고 영구미제로 가라앉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체가 발견됨으로써 이번 사건의 범인은 일체의 거동을 삼가고 더욱 얼굴을 숨기려고 발버둥 칠것이다. 그렇다고 수사가 엉덩방아를 찧고 주저앉을 수는 없다. 범죄자가 치밀하면 더욱 치밀한 수사를 전개해야 한다.

비공개수사는 불가피하게 공개로 전환하게 되었다. 한 가닥 단서라도 잡기 위해선 시민의 제보가 아쉽기만 하다. 아파트단지 안에서 놀다 없어졌다니 목격자가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이럴 때엔 실오라기같은 단서 하나라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시민 모두가 나와 내집의 불행으로 삼아 아낌없는 협력을 보태기 바란다.

마음이 해이해지기 쉬운 봄철이 다가온다. 어린이들은 자꾸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 계절이다. 얼굴 없는 범죄인 유괴에 대비함에 허점이 없어야 한다. 유괴 방지는 유괴범은 꼭 잡히고 만다는 것을 보여주는 길밖에 없다. 시민이 함께 공동의 방어자로 나서고 수사력은 더욱 날카롭게 추적의 발길에 채찍을 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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