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상오 8시30분께 기초의회의원선거 지원업무로 분주한 서울 성북구 동선1동 동사무소에 뜻밖의 손님이 찾아왔다. 동선1동 선거구에서 구의원 출마를 준비하다 후보등록 마감일인 13일 출마를 포기한 문경주씨(50·한독상사 사장·동선동2가 174)가 나타나 『우리 동네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써달라』며 선거기탁금으로 쓰려던 2백만원을 내놓은 것이다.마을을 위해 한 번 나서보라는 주위의 권유로 출마하려 했던 그는 이미 정당의 지원을 받는 2명이 후보등록을 마쳤다는 소식을 듣고는 출마를 포기했다.
무소속인 문씨는 처음에는 정당 지원을 받는 두 후보와 한판승부를 겨뤄보고도 싶었으나 유권자수가 6천3백여 명으로 성북구에서 제일 적은 동네에서 3파전까지 벌일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등록 직전 출마를 포기했다. 후보등록 마감일인 13일 하오 『이제 와서 포기하면 어떻게 하느냐』며 지지자들이 출마를 종용할 때는 고민도 했으나 문씨는 끝내 등록을 하지 않고 이날 아침 출근길에 선거기탁금 2백만원을 이웃돕기성금으로 기탁한 것이다.
동장실에서 문씨는 『동네를 위하는 일은 구의원 말고도 많이 있을 것』이라며 『얼마 되지 않는 돈이지만 시의회 의원선거가 끝난 후 어려운 이웃에 써달라』고 당부했다.
혹시 「시의회선거에 출마하려는 고등전술」이라고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입방아를 찧을 것 같아 「선거후」 사용을 부탁했다.
문씨는 『지방행정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지만 「풀뿌리 민주주의」 「민주주의의 학교」 「민주정치의 훈련장」으로 불리는 지방자치가 제대로 활착하려면 주민들의 올바른 선택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합동연설회에서 『상하수도,쓰레기,도로보수,서민생활보호는 물론 사소한 보안 등 설치문제까지 주민의 편에서 팔을 걷어 붙이고 헌신하고 봉사하겠다』고 포부를 밝히려 했었다.
몇 해 전 한때 모당의 당원노릇을 했다는 문씨는 정당의 생리상 선거때 당의 도움을 받으면 당선 후에 주민의사보다 당리당략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다고 풀뿌리 민주주의의 변질을 염려했다.
『구의회 의원만은 정당의 개입없이 동네잔치로 일꾼을 뽑아 오순도순 동네살림을 꾸려나가야 하는데…』
문씨는 동직원들과 악수를 나눈 뒤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신윤석 기자>신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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