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민자당이 양곡수매가와 수매량 결정에 대한 국회동의제도를 폐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앞으로 이 문제가 새로운 정치쟁점화할 조짐이 짙어졌다.12일에 있은 당정회의는 현재 국회의 동의를 받기로 되어 있는 추곡수매제도를 올해부터 국회 동의없이 정부가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양곡관리법을 개정키로 합의하였다고 전해진다.
조 농림수산부 장관은 개정의 이유로서 『국회의 동의를 받는 과정에서 현행 추곡수매문제가 정쟁의 대상이 되는 폐단이 있어 왔으며,추곡수매제도를 정치권이 당리당략 차원에서 악용해 왔다』고 지적하였다는 것인데 당측에서도 원칙적으로 이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이와 같은 의견은 이미 오래전부터 있어 왔고,정식으로 제기되지는 않았지만 양곡유통위 심의과정에서도 기회 있을 때마다 경제기획원과 농림수산부가 주장해오던 내용이다. 정부측은 국회의 동의절차가 존재하는 한,농민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정치권에 의해 수매가와 수매량은 상향조정될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럴 경우 물가안정을 비롯한 정부의 경제운용 계획에 막대한 차질을 빚게 된다는 점을 들어 강한 불만을 표시해 왔다. 또 과거의 예를 보더라도 우리 경제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쌀값이 경제논리보다 경제 외적인 요인에 의해 결정됨으로써 정부의 양곡정책에 상당한 제약을 주어왔던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국회의 동의절차가 없었을 때에는 대통령의 최종결재단계에서 선심을 쓰듯 2∼3%씩 수매가를 올려주는 것이 관례처럼 되어 있었으며,국회동의절차를 거치게 되고부터는 국회의 심의과정에서 1∼2%씩 가격을 올리고 수매량을 늘려 정부의 재정부담을 무겁게 했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추곡수매에 대해 전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데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는 터이고,수매가와 수매량이 경제 외적인 요인에 의해 결정되는 것도 바람직한 일이 아니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현재의 수매가나 수매량에 대해서마저 큰 불만을 가지고 있는 농민들이 그나마 국회동의 과정에서 얼마간의 보너스를 받을 수 있었던 현행 제도를 그냥 앉아서 포기할 가능성은 전혀 없으며,야당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여당 일부마저 농촌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이고 보면 이 문제가 정부의 의도대로 순순히 해결되리라는 기대는 가지기 어렵게 되어 있다.
따라서 정부와 민자당이 국회절차를 폐지하고 싶으면 농민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장·단기적 보완대책을 먼저 수립하는 것이 온당한 순서인 것 같다.
수매가 및 수매량의 사전예시제와 작년에 잠깐 선보였던 차액보상제를 보다 심도있게 연구하고,농어촌구조 개선을 위한 투자재원의 마련,농어촌 소득증대방안과 구체적인 UR대응책,미곡담보 융자제 등을 사전에 마련해야만 되겠다는 것이다.
그런 사전준비 없이 농수산물 개방정책 등으로 가뜩이나 어수선해져 있는 농민들에게 평지풍파의 요인이 될 양곡관리법 개정안부터 불쑥 내민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시기적으로 타당치 못하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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