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손 묶이고 입엔 테이프/20여일 전 피살후 유기된듯/유괴후 금품요구 46차례 전화방학중 집 부근에서 유괴당한 국교어린이가 실종 44일 만인 13일 숨진 채로 발견됐다.
지난 1월29일 하오 5시20분께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단지내에서 유괴됐던 이우실씨(35·S피혁 사장·현대아파트 205동 1024호)의 차남 형호군(9·압정국교 3)이 13일 낮 12시20분께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 5단지아파트 앞 올림픽대로변 하수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
사체가 유기된 현장을 처음본 김길수씨(39·운전사·서울 성동구 성수동 2가 53)는 인부들과 올림픽대로 가드레일 도색작업을 하다 점심시간에 도로밑 한강시민공원 쪽으로 내려가다 하수구 쪽에 어린이가 엎어진 자세로 숨져 있어 경찰에 신고했다. 숨진 이 군은 유괴 당시 입고 있던 검정색 인조가죽바지와 흰줄무늬가 있는 검정색 티셔츠 차림이었다.
이군의 양손은 포장용 청색 노끈으로 뒤로 묶여 있었고 노란색 포장용 비닐테이프로 입이 봉해져 있었다.
이 하수구는 평소 사람들이 다닐 수 없는 잠실대교 남단에서 여의도 쪽으로 5백50여 m 떨어진 올림픽대로변 바로 밑에 위치해 있다.
경찰은 이군의 사체부패 정도로 보아 20여 일 전쯤 살해된 뒤 이곳에 유기된 것으로 보고 있다.
▷유괴◁
숨진 이군은 친구 임 모군(10)과 아파트단지내에서 놀다 헤어진 뒤 유괴됐었다.
이 군의 가족들에 의하면 이날 밤 11시 이후 서울말씨를 쓰는 남자가 3차례 전화를 걸어 『31일까지 카폰달린 승용차에 7천만원을 준비하지 않으면 아들을 해치겠다』고 협박했다.
범인은 2월5일 하오 4시40분께 약속장소에 남긴 메모지를 통해 『한일은행 동여의도지점에 계좌를 개설했으니 2천만원을 입금하라』고 요구했으며 2월13일 상오 10시26분께는 『상업은행 문래동지점으로 2천만원을 온라인 송금하라』는 등 지난달 14일까지 46차례에 걸쳐 협박전화를 걸어왔다.
범인은 김포공항 국내선 주차장,동방플라자 앞 등 10여 곳의 장소를 지정,이 군의 부모에게 돈을 가져오도록 했으나 약속장소에 메모지만 남겼으며 지정한 은행에 입금한 돈도 인출해가지 않았다.
▷수사◁
유괴신고를 받은 서울 강남경찰서는 가족들의 요청으로 비공개 수사를 펴왔다.
경찰은 상업은행 문래동지점에서 범인에게 계좌를 개설해준 은행직원과 은행부근에서 도장을 파준 인장업자 등의 진술과 협박전화의 육성을 분석,범인은 1백70㎝의 키에 서울말씨를 쓰는 30세 가량의 남자이며 협박전화 목소리가 모두 같아 단독범행으로 보고 수사력을 집중했으나 검거에 실패했다.
경찰은 13일 하오 범인의 몽타주를 배포하고 범인의 목소리가 녹음된 협박전화내용을 TV 뉴스시간에 방송,시민들의 제보와 협조를 기대하고 있다.
▷이군 주변◁
이군은 아버지 이우실씨와 현재 이혼소송이 진행중인 이혜옥씨(33) 사이의 둘째 아들로 평소 활달한 성격이었으며 나이에 비해 몸집이 큰편이었다.
아버지 이씨는 아들의 사체가 안치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지방공사 강남병원 영안실로 달려와 통곡했다.
이씨는 『형호를 두 번 죽일 수 없다』며 검찰의 부검을 반대하고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