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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된 버릇」/조재용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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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된 버릇」/조재용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1.03.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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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곡수매에 대한 국회동의절차를 폐지하겠다는 정부와 민자당의 방침을 둘러싸고 논란이 거센 다른 한편에서 이를 부인하는 민자당의 행태는 또 다른 문제거리를 자초하고 있다. 이에 대한 첫 보도가 나간 진원지는 지난 13일의 농어촌대책 당정회의. 파문이 일자 민자당측은 이를 사담이었다고 격하시키면서 농민들의 반응과 야당의 비난을 의식한 듯 「진화」의 재빠른 모습을 보였다. 『사석의 얘기가 와전된 것』이라며 이 문제에 무관함을 주장한 것이다.그러나 이 같은 태도는 불리하면 보도내용을 부인하는 것으로 소나기를 피해가고 보자는 관료나 정치권의 「못된 버릇」을 다시 보는 것 같아 불쾌하다.

회의는 조경식 농림수산부 장관이 말미에 『국회동의를 거치게 돼 있는 현행 추곡수매제도가 당리당략 차원에서 악용되는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한 뒤 국회동의제 폐지방침을 밝히는 것으로 「종료」됐다.

그리고 이 회의는 공개회의였다. 자리는 오찬으로 이어졌고 더욱 「자유로운」 논의가 계속됐다. 이 자리에서 정부 및 당측 참석자들은 추곡수매제도가 정부의 재정을 크게 압박하며 물가에도 영향을 줄뿐 아니라 특히 우루과이라운드협상에서 우리측의 입지를 매우 불리하게 하는 요인이 된다는 데 충분한 공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국회의 동의제도 폐지를 원하는 것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당측도 이에 적극 동의했다는 후문이다. 이들은 『정부의 재정운용계획에 따라 시행돼야 할 추곡수매가 국회동의를 거치는 것은 정부의 책임을 정치권에 떠넘기는 결과』라며 국회동의제 폐지를 위해 정부가 「과감하게」 나설 것을 촉구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어떻게 보면 이는 회의의 「결론」이 아니라고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사담이라는 해명이 형식논리상 일견 그럴듯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회의가 보도진이 지켜본 공개회의로 진행됐고 조 장관의 발언에 아무런 이의 제기가 없었다는 점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더구나 오찬석상의 분위기에서 당측 고위정책관계자들의 심중이 벌써 폐지 쪽으로 기울었음을 충분히 알 수 있다.

여기서 제도의 불합리가 그렇게 이유있는 것이라면 이를 당당히 공론화,추진하는 게 집권당의 도리라는 지적이 나오게 된다. 정부에 총대를 메게 하고 자신은 빠지는 듯한 정당의 자세를 탓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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