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극좌 반발에 분리주의 겹쳐 삼중고/“국민투표 결과 관계없이 이미 패배” 평도오는 17일 소련연방 존속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앞두고 최대의 정치위기를 맞고 있는 고르바초프가 투표결과에 상관없이 이미 「패배자」가 됐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고르바초프의 「도박」은 현재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등 발트 3국과 아르메니아 등 6개 공화국의 심각한 반발과 옐친으로 대표되는 급진개혁파의 도전까지 받고 있는데다 극우보수파로 지칭되는 소유즈그룹까지 비판을 가하고 있어 사면초가의 상태를 맞고 있다.
이번 국민투표는 단지 유권자들에게 『당신은 소비예트사회주의공화국연방이 어느 인종이건 모든 사람의 인권과 자유가 전폭적으로 보장되는 동등한 주권 공화국들의 연방체로 새로 바뀌어 지속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단지 찬반의 대답만을 하는 형식으로 치러진다.
서방 외교소식통들은 이번 국민투표에서 고르바초프가 총 유권자 중 60%의 참여속에 근소한 차로 지지를 얻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나 소련의 선거법을 보면 투표율이 50%에 미달될 경우 선거자체를 무효로 규정하고 있어 만약 투표율 미달사태가 발생할 경우 고르바초프로서는 정치생명이 끝날 수도 있다.
또 법적 구속력이 없는 국민투표에서 절대적 지지를 얻는다 하더라도 고르바초프는 단지 「대의명분」만을 얻을 뿐 발트3국 등 일부 공화국들의 독립운동을 「물리적」 방법으로 저지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따라서 고르바초프가 국민투표에서 승리하건 패배하건 결과에 상관없이 애당초 국민투표라는 형식을 빌려 국민들의 컨센서스를 얻으려는 그의 「정치적 전술」은 잘못 계산한 오판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왜냐하면 국민투표 이후 각 계파 및 각 공화국간의 대립과 갈등은 더욱 심화될 뿐만 아니라 정치적 반목은 그 골이 깊어만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소유즈그룹의 지도자인 빅토르·알크스니스 대령은 『고르바초프는 정치적 게임을 감정으로 하고 있는 듯하다』며 『소련연방이 존속하느냐의 여부를 국민투표로 묻는 행위자체가 잘못』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급진개혁 경제학자인 스타니슬라프·샤달린 역시 『신연방 조약을 체결하겠다는 욕심으로 고르바초프는 잘못된 선택을 한 것』이라며 『오히려 투표 이후에는 인종적 갈등과 연방의 해체가 가속화할 따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고르바초프는 이번 국민투표 이후 자신이 구상하는 소위 「수정사회주의체제」의 기반을 굳건히 하면서 「페레스트로이카 독재」의 길을 가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는 듯하다.
즉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장점만을 취해 시장경제체제에 사회보장제도를 접목하는 동시에 정치적 안정과 법질서의 확립 등으로 칠레의 피노체트식 권위주의시대를 창출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그의 발상은 비록 현재 소련이 처한 경제난국과 정치불안정을 해소하는 최선의 방법일 수 있으나 자칫하면 그 자신이 등용한 노멘클라투라를 대변하는 군 KGB 당료 등의 「신보수파」에 의해 역이용 당할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또 시민혁명론을 주창하는 신지식인 계층의 급진개혁파도 오히려 그 세를 확장하면 조직을 탄탄하게 정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자충수」라는 소리를 들으면서 마지막 승부수를 던지고 있는 고르바초프의 선택은 소련이 현재의 보혁대결구도에서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이 같은 선택의 이후의 결과가 고르바초프조차 분명하게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 그의 최대의 고민이다.<이장훈 기자>이장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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