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형사의 정치자금 흑막 폭로책/집권당 대선 모금과정 파헤쳐/20여만부 팔려… 야당 정치공세/한직으로 전보되자 소송제기 재판서도 이겨 화제프랑스에서는 한 현직 형사가 정치자금의 흑막을 파헤친 「불가능한 수사」란 책이 불티나게 팔리면서 집권 사회당에 정치적 타격을 안겨주고 있다. 마르세유시경 소속 앙트완·고디노 형사가 지난해 10월 출간한 이 책은 20여 만 부나 팔렸다. 고디노 형사는 이 책을 펴낸 뒤 한직으로 인사발령되자 내무부 장관을 상대로 전보취소청구소송을 제기,지난 4일 재판에서 이겨 또다시 화제를 뿌리고 있다.
「불가능한 수사」는 지난 88년 프랑스 대통령선거 당시 사회당의 정치자금 모금과정을 파헤쳐 순식간에 베스트셀러가 됐다.
고디노 형사는 이 책에서 『사회당이 산하에 유령법인을 만들어놓고 기업들에 허위자금청구서를 보내 정치자금을 끌어모았다』고 주장했다.
물론 이 책의 주요내용은 대부분 신문에 이미 보도된 것으로 새로울 게 없으나 지난 11년간 경제사건을 다뤄왔고,특히 정치자금 의혹을 직접 수사한 현직 경찰관이 이를 책으로 체계화했다는 점에서 정가는 물론 일반 국민들에게까지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야당 국회의원들은 이 책을 의회의 회의장에 들고나와 선거 당시 사회당의 선거자금 총책이었던 앙리·날레 현 법무장관에게 이에 대한 해명과 계속적인 수사를 요구하는 등 정치공세를 펴기도 했다.
이 책은 오는 5월로 집권 10년을 맞는 사회당의 장기집권에 대한 국민들의 염증을 드러내게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책 출간 당시 불붙었던 파문은 걸프전쟁의 격화란 뉴스의 홍수에 한때 파묻혀버리기도 했다.
이 책에 의하면 사회당의 선거자금 모금을 위해 설치된 대표적 법인인 우바 그레코는 기업들로부터 2천4백만프랑(24억원 상당)을 접수받은 것이 명확한데도 선거 후 관보에는 단돈 10만프랑만 받은 것으로 기록돼 있었다는 것.
결국 거액의 정치자금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는 주장이다.
고디노 형사는 기업들이 그같은 불법적인 정치헌금의 대가로 공공거래 계약시 정치인의 영향으로 많은 도움을 받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디노 형사는 이 책을 펴낸 다음날 업무상 비밀유지 등 공무원의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4개월간 정직처분을 받은 데 이어 파리경찰청의 인사조치로 훈련국으로 전보됐다.
그러자 그는 『이같은 인사조치는 사실상의 유배이자 위장된 징계』라고 반발,이 조치에 대한 취소청구소송을 냈고 마르세유지법은 『인사조치는 이유없는 일종의 폭력행위』라며 그의 팔을 들어주었다.
고디노 형사는 자신의 직업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지도 모를 위험을 무릅쓰고 왜 이 폭로를 감행했을까.
그는 당초 사회당 지지자였으나 권력의 자기면죄행위에 환멸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소속한 마르세유 경찰이 집권당의 일반화된 부패행위를 적발하고도 사법부의 힘을 빌린 권력에 의해 수사가 중단됐으며 자신은 이같은 용납 못할 체제의 공범이란 자책을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정치에는 돈이 들고 정치인들은 돈을 부정한 방법으로 조달하고 있는 것은 어느 나라 사회에서나 흔히 있는 일이다.
그러나 현직 형사가 용기있게 밝힌 정치자금에 대한 「불가능한 수사」는 프랑스가 그같은 부정부패를 스스로 정화할 능력이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파리=김영환 특파원>파리=김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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