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후퇴… 광역선거 살리자” 평민/「후보없어 하나마나」 고육책 민주/“야 바람 차단” 판도유지 신경 민자오늘(13일)로 후보등록이 마감돼 본격적인 접전을 앞두고 있는 지자제 기초의회선거는 우려되던 정당개입이 자제되는 본래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 것 같다.
평민·민주 등 야당은 수서비리 규탄을 고리로 한 장외공세를 취소했고 민자당은 공명선거협의기구 구성을 주도하려 하고 있다.
정치권이 주민자치의 기본정신을 살리기 위해 정당배제를 원하는 국민여론을 감안해 뒤늦게나마 자세 수정을 하고 나선 것이다.
▷평민당◁
평민당은 12일 김대중 총재의 수서 전국순회집회를 사실상 「취소」함으로써 장외로의 날개를 일단 접었다. 평민당은 이날 김 총재의 당원단합대회 참석일정을 발표하면서 『이는 수서집회의 취소가 아니라 유보』라고 강변했다. 하지만 이것은 평민당의 주장일 뿐 당초 평민당의 수서집회·당원단합대회의 2대 지자제전략이 당원단합대회만으로 일원화된 셈이다.
이 같은 평민당의 궤도수정에는 대체로 4가지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첫째 정당의 장외진출과 본격적인 선거개입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다. 특히 수서사건의 한 당사자인 평민당이 수서문제로 깃발을 올리는 모순상황에 대한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평민당도 인식했을 것이다. 게다가 지난 9일 보라매집회 결과도 평민당에게는 성에 차지 않았던 듯한 인상이어서 이것도 한 계기가 됐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음 평민당은 수십 차례의 전국순회 연설을 치러내는 데 지불해야 할 재정적,정치적 비용을 매우 버겁게 느꼈을 것이다.
『선거운동기간 많은 돈을 들여서 굳이 후보지원과 집회준비로 당력을 분산시킬 필요가 있겠느냐』는 지적이 당 안팎에 많았다는 후문이다.
선관위의 줄기찬 「위법」 경고도 평민당의 길목을 가로막았던 장애물 중의 하나.
『야당의 입을 틀어막으려는 정부·여당의 고도의 술책』이라고 선관위를 몰아붙였지만 선관위와의 정면충돌은 평민당이 원하는 상황이 아니었다.
이와 함께 평민당이 가장 중요하게 고려했던 점은 「광역의회선거를 반드시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평민당은 지금도 『정부·여당이 기초의회선거 과정에서의 각종 폐해를 집중 부각시켜 광역선거를 미루려 할 수도 있다』는 의심을 강하게 갖고 있다.
하지만 평민당은 수서집회 취소가 철저한 정당의 선거관여 자제로 해석되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앞으로도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일상적인 정당활동 등을 내세우며 선거관여는 계속할 것이고 이 같은 선거관여의 「합법성」을 확인하는 자리로 여야공명선거협의기구를 활용하겠다는 속셈이다.
즉,평민당은 이 기구가 공명선거 및 타락선거방지책 강구와 함께 정당관여에 대한 해석문제 등도 다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이 기구를 공무원의 선거관여 가능성과 검·경의 과잉단속 문제 등 선거운동과 관련한 대여 공세의 장으로 활용한다는 계산이다.
▷민주당◁
민주당은 전국 6대 도시 순회 수서규탄집회를 취소하고 정당차원의 선거개입은 하지 않기로 하는 등 급격한 태도변화를 보였다.
이기택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갖고 『정부여당의 기습적인 분리선거책략으로 이번 선거는 「풀뿌리 민주주의」 정신이 구현되기는 커녕 국가위기를 더욱 가중시킬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전제,선거 불개입과 순회집회 취소를 발표했다.
이 총재는 『이미 구성된 선거대책본부와 선거상황실은 계속 유지하되 적극개입은 않고 선거현황 파악·여론조사·불법선거사례 수집 등 소극적 업무만 유지하겠다』면서 『후보의 자발적인 입당은 허용하되 입당권유나 영입교섭도 선거기간엔 자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그 동안 정당 중 제일 먼저 발빠른 개입을 선언하고 중앙당대책본부에 이어 시도별 대책본부 구성 등 가장 적극적인 태도였던 점을 감안할 때 이날 결정은 사실상 이번 선거에서 손을 떼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민주당의 이 같은 입장변화는 정당의 적극적인 선거개입이 국민정서에 반한다는 인식과 개입의 효과를 거둘 만한 조직이 채 형성돼 있지 않다는 내부사정 때문에 내려진 고육책.
중앙당 차원의 선거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11일의 당간부회의는 대책협의보다 각 지구당 위원장들의 「고충」을 토로하는 장이 되기도 했다는 얘기까지 들리고 있다.
참석자들은 한결같이 『후보자·유권자 모두가 당의 관여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다』 『지구당별로 의원정수의 3분의1도 추천하기 어렵다』고 주장하며 재고를 호소했다는 것.
특히 현역의원들조차도 후보를 물색하지 못해 고민하는 경우가 있었고 선거대책본부장인 이철 의원의 경우는 지구당 당원들이 선거불능을 하소연하면서 선거거부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이 총재도 이 같은 엄연한 현실을 외면할 수 없었고 따라서 「제2창당」의 세확장을 6월께의 광역의회선거로 늦춘 채 이번에는 일단 자체 조직정비에만 몰두하기로 한 것.
이날 간담회서 이 총재는 『지구당창당대회 등 당의 행사는 선거에 개입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정상적으로 치러나가겠다』면서 『수서비리 진상규명도 계속하겠다』고 애써 강조.
따라서 민주당은 13일 조직책 명단을 발표한 후 오는 4월까지 이번 선거와는 무관하게 지구당창당대회를 계속하면서 수서문제를 중점 거론,당의 도덕성 제고에 역점을 둘 방침이다.
▷민자당◁
○…민자당은 정치집회에 대한 야권의 자제 선회로 선거전의 초반 페이스를 주도했다는 판단.
민자당이 이번 선거실시를 결정한 배경 자체가 광역·기초의회선거를 동시실시할 경우 안게 될 수서사건의 부담이었음을 감안하면 야권이 수서 규탄 장외집회를 철회하고,특히 사건에 가장 집요하던 민주당이 선거개입을 포기함으로써 이번 선거의 효과를 톡톡히 거두고 있는 셈.
이로써 민자당은 상당수의 후보가 친여성향 인사들로 파악되는 이번 선거에서 야권에 비해 수월한 입장에 놓이게 된 것으로 여겨진다.
더구나 민자당은 정당개입의 당위성을 역설하던 야당이 여론의 역풍에 부딪히도록 유도함으로써 야당 바람의 중요한 수단을 차단함과 동시에 공명선거를 선창했다는 명분까지 획득하게 된 일거양득의 결과를 올렸다는 자체평가이다.
이에 따라 약 70%로 추산되는 여권 인사들의 당선목표는 돌발사태가 없는 한 선거전이 현재의 구도대로 진행될 경우 무난히 달성할 수 있다는 계산.
따라서 민자당이 초기 선거전략의 비중을 야당 바람의 차단에 우선 두었던 이유 중 하나가 여권 인사 위주의 입후보 판도를 투표일까지 유지해가기 위해서였다고 본다면 중·종반에 접어들면서 이들 후보들에 대한 여당 특유의 내밀한 득표운동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하는 실정.
김윤환 사무총장이 지난 11일의 기자회견에서 『지구당 위원장이 개인차원에서 자신의 지지기반 확보를 위해 후보를 지원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밝힌 대목이 주목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민자당은 현재까지 난립하는 여권 후보들의 사전조정에 애로를 겪는 가운데서도 지역단위의 당정협의회 등을 개최,공명선거 등과 관련한 상호협조방안을 논의하는 등 「협력」관계 활동은 소홀히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민자당이 여야공명선거협의회 의제를 법조문 해석에 치중하기보다는 법정신에 따른 정당활동 자제문제로 상정하려는 의도도 이 같은 선거전략과 맥을 같이한다는 지적이다.<정병진·신효섭 기자>정병진·신효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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