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6년 무렵부터는 첨단과학분야에서 고급기술 두뇌의 수요가 연간 5천∼6천명씩 더 필요할 것이라는 소요판단이 나왔다고 한다. 부존자원이 없는 우리나라가 60∼80년대에 노동집약형 산업을 일으켜 중진산업국의 대열에까지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그것만으로는 안 된다. 기술내지는 두뇌집약형 산업으로 발전적인 탈바꿈을 하지 않으면 우리는 더 이상 선진산업국가로 발돋움해 갈 수가 없는 것이다.따라서 발전을 위한 대전제로 우리는 진짜 실력있는 고급기술 두뇌를 양산하는 공대교육체제로 전환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시각에서 볼 때 정부가 첨단고급인력 양성을 위해 이공계 대학 정원을 내년부터 수도권에서 2천명,지방에서 3천명 등 도합 5천명씩을 증원키로 계획을 세웠다는 데 대해 우리는 전적으로 뜻을 같이한다. 오히려 그것은 때늦은 감마저 있으며 그 같은 첨단과학분야의 고급두뇌양성을 계획해 놓고서도 이 눈치 저 눈치 보면서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우유부단함에 오히려 실망감마저 느낀다.
서울공대의 7백40명 정원을 2배로 늘려 1천4백90명으로 증원하는 것을 비롯해 수도권의 우수한 대학의 첨단공학학과 증원을 2천명 정도 늘리는 것이 ▲수도권 인구집중 억제방침과 어긋나며 ▲지역균형발전에도 배치된다는 것 때문에 증원결정을 선뜻 내리지 못한다는 것이 도대체 무슨 이유 때문인가를 이해할 수가 없다. 42만명을 수용하는 분당과 30만명을 포용할 일산 신도시개발 때는 수도권 인구집중을 염두에도 두지 않았던 건설부 등 관련부처가 이 민족 공동체의 미래의 보다 나은 삶을 이끌어 갈 고급기술인력 2천명을 증원하는 문제에는 「수도권 인구집중과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이유를 내세워 반대한다는 게 말이나 되는지를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참된 실력이 뒷받침된 고급기술두뇌다. 그럭저럭 4년제 공대를 졸업한 저급기술자가 아니다. 그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가장 우수한 인력이 모이는 서울공대와 서울과 수도권의 유수한 대학의 공대에서 고급기술인력을 길러내야 한다. 때문에 우리는 이 정도의 첨단과학분야 공대의 입학정원 증원은 인구집중이나 지역균형발전과는 상관없이 과감하게 추진해야 옳다고 보는 것이다. 서울과 수도권의 인구집중이 정히 문제가 된다면 해당 대학의 인문계·사범계·예체능계의 입학정원을 그만큼 줄여서라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한가지 더 조언할 것이 있다. 그것은 「제2서울공대」 신설 같은 발상은 아예 하지 말았으면 하는 것이다. 현재의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의 학부와 대학원의 정원을 2배 내지는 그 이상 늘려주고 그에 따른 교수충원과 실험실습기자재확보 등을 해 주는 것이 「제2서울공대」 신설보다 예산도 덜 들고 교육효과도 더 거둘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새로운 공대 설립이 야기할 엄청난 예산과 그 대학의 위상,현재의 서울공대와 새 공대간의 교수와 학생간의 갈등 등 부작용과 역기능을 조금만 생각해 보면 「신규」보다는 기존의 「서울공대 확대개편」 쪽이 훨씬 이점이 크다는 것을 쉽게 판단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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