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세계적인 상표를 탄생시키지 못했다. 소니나 벤츠 같은 공산품은 말할 것도 없고 피에르카르댕이나 런던 포그 같은 옷가지류와 말보로,켄트 같은 담배 같은 데서조차도 변변하게 이름을 가진 상품이 없다. 해마다 수천 종류의 상품을 만들어서 해외 1백60여 개 국에 내다 팔면서,또 명색이 세계 10위권의 무역대국이라면서 이렇다하게 내세울 만한 상표가 하나 없고 세계 정상급이라고 자랑할 만한 상품이 하나 없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고 또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상표나 상품에 명성이 없으니 세계적으로 이름난 한국 기업이 있기 어려운 것도 당연한 일일 것이다.포철이 철강업계에서 세계 10위권 안에 드는 대기업으로서 그런대로 평판을 유지하고 있는 것을 제외하고 한국 기업으로서 세계 10위권 안에 드는 대기업이 되거나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기업은 없다. 유례없는 장기 대호황과 아시안게임·서울올림픽이 겹쳤던 86∼88년을 전후한 시기에 재계와 정부는 세계적인 상표를 탄생시키기 위해 절호의 기호를 활용해보려고 애를 썼었지만 아무런 소득 없이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대전엑스포라는 또 한 번의 기회가 몇 년 후 있을 수 있게 되지만 얼마나 잘 활용이 될 수 있을는지 지금으로서는 미지수이다.
세계시장에서 국가들간의 경쟁과 기업들끼리의 싸움이 날이 갈수록 더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평판이 난 상품이나 알려진 상표,기업의 명성 같은 걸 무기로 하지 않고는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수십 년 동안 재벌논쟁이 끊이지 않았는데 우리가 「비대화」를 겨냥해서 줄기차게 비판을 거듭해온 「재벌그룹」들도 세계무대에 내놓으면 보잘것없는 「잡화상」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계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거대기업들은 그 규모가 우리나라 30대 재벌을 모두 합해 놓은 것보다 더 크다.
가령 IBM과 대우통신,도요타와 현대자동차,소니와 삼성전자 같은 걸 서로 비교해보면 우리 기업들은 중소기업 규모도 되기 어려운 수준이다. 그런데도 재벌이 「비대」하다고 비판을 하는 것은 우물 안 개구리처럼 속좁은 생각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 재벌들은 앞으로도 한참 더 「비대」해져야 한다. 비판받아야 할 것은 비대하다는 것이 아니라 비대화를 가로막고 있는 「잡화성」이다. 네가 하니 나도 한다는 식으로 그룹이면 모두가 전자를 하고 자동차도 하고 신문도 하고 하는 식으로 구멍가게처럼 벌여놓기만 하니까 제대로 크지도 못하고 세계시장에서 「구멍가게 같은 잡화상」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세계적인 상품이나 상표,국제적 명성이 있는 기업이 나오지 못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제는 우리나라에서도 「큰」 기업가이,세계적인 기업이 나와야 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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