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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명으로 잇단 「문제성 글」 화제/검거된 박노해 그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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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명으로 잇단 「문제성 글」 화제/검거된 박노해 그는 누구인가

입력
1991.03.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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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 데뷔 「노동의 새벽」등 파문/85년부터 시작보다 정치투쟁/중졸 후 상경… 운수업체서 노동운동 첫발「얼굴없는 노동자 시인」 박노해씨(33·본명 박기평)가 10일 안기부 수사관에 붙잡힘으로써 문단과 노동계를 풍미했던 「박노해 신화」의 실체가 드러나게 됐다.

82년말 시동인지 「시와 경제」에 「시다의 꿈」 등을 발표,문단에 데뷔한 이래 84년 첫 시집 「노동의 새벽」을 펴내면서 노동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연 것으로 평가돼 온 박씨는 그 후 잇단 도전적인 글로 끊임없는 화제를 제공했던 인물이다.

데뷔 당시부터 얼굴없는 시인으로 평단의 관심을 모은 박씨는 줄곧 얼굴을 드러내지 않아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가 지난해 1월 안기부가 「노동해방문학」에 대한 전면수사에 착수하면서 「전남 고흥 출신 박기평」을 박노해로 지목,본격 수배하면서 공식적으로 처음 정체가 드러났다.

당시 안기부가 밝힌 박씨의 신상명세는 그 후 박씨 자신이 지난해 모 월간지 12월호에 「이 땅의 자식으로 태어나」라는 자전적 수기를 기고함으로써 대부분 사실과 일치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안기부 자료와 본인의 수기를 토대로 살펴보면 박씨는 57년 11월20일 고흥에서 태어나 벌교중학교를 졸업한 뒤 상경,서울 선린상고 야간부를 졸업했다.

박씨의 아버지(박정묵)는 목포에서 남로당 활동을 하다 여순반란사건에 깊이 관여했고 빨치산투쟁도 했으며 박씨가 여섯 살 때 암으로 사망했다.

중학시절만 해도 단순히 훌륭한 정치가를 꿈꿔왔던 박씨는 서울에서 야간고를 다니며 드나들었던 경동교회와 향린교회에서 만난 운동권 대학생들과 접촉하면서 사회의식에 눈을 뜨게 됐다.

사노맹 중앙위원으로 활동한 혐의로 지난달 27일 검거된 부인 김진주씨(36)도 이때 의식화 야학에서 만났는데 김씨는 이화여대 약대에 재학중인 야학 강사였고 박씨는 학생신분이었다.

자본주의사회의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노동현장에 투신해 본격적인 노동운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 박씨는 82년 성수동의 마그마(주)에 운전사로 잠시 취업,현장체험을 한 뒤 84년 6월 경기 안양의 안남운수에 입사해 본격적인 노동운동을 시작했다.

박씨는 3년 만에 이 회사 노조위원장에 출마했으나 「취업카드 철폐」 「휴일 노동수당 지급」 등 강경구호를 내건 그를 수상히 여겨 신원조회에 나선 회사측에 의해 출신학교를 속였다는 이유로 해고됐다.

박씨는 당시 동료 운전사들의 연애편지를 대필해 주기도 하며 틈틈이 시를 썼는데 후에 시집 「노동의 새벽」애 실린 시들은 대개 이 시기에 쓴 것들이다.

박씨는 필명도 「박해받는 노동자 해방」이라는 뜻으로 「박노해」라고 지었는데 이에 걸맞게 참여문학계에서 「노동자 자신에 의해 씌어진 노동문학의 정수」로 평가받으며 단번에 노동문학계의 중심에 자리잡았다.

그러나 박씨는 85년을 전후해 당시 운동권에 일고 있던 C­N­P논쟁(시민민주혁명,민족민주혁명,민중민주혁명론)에 접하며 NDR론을 추구했던 CA그룹(제헌의회그룹)에 공감해 CA계열의 서울노동운동연합에 참여,본격적인 정치투쟁에 가세하고 나섰다.

박씨는 이때부터 시작활동보다 정치활동에 주력해 87년 대통령선거 당시 백기완 후보를 지원하기도 했고 89년 창간된 「노동해방문학」에 전대협의 비폭력노선을 비판하는 「비폭력노선은 민중에 대한 테러이다」를 비롯,정치정세를 분석한 글을 잇달아 발표해 새롭게 주목을 받았다.

안기부에 의하면 박씨는 이때부터 정부가 반국가단체로 지목한 사노맹 중앙위원 겸 편집책으로 활동해왔는데 지난해말에는 「치료비」 명목으로 이돈명 조선대 총장 등 각계 인사 55명으로부터 성금을 거두어 물의를 빚기도 했다.

박씨의 형 기호씨(41)는 가톨릭신학대를 졸업하고 지난달 7일 사제서품을 받았고 여동생은 수녀이며 서울 구로구 시흥동에 노모 김옥순씨(65)가 혼자 어렵게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가 검거됨으로써 박씨의 그간 행적·실체와 함께 사노맹의 조직도 그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윤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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