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젊은층의 입후보길 넓혀/“조합정치화” 정부우려 불수용헌법재판소가 11일 지방의회의원선거법 및 지방자치법에 규정된 ▲농협 등 조합장의 입후보 및 겸직금지 ▲시도(광역)의회의원선거 후보자의 7백만원 기탁조항을 위헌이라고 결정한 것은 참정권·공무담임권·평등권 등 헌법상 국민의 권리를 최대한 보장하려는 취지로 보인다.
한법소원의 심리기간이 통상 6개월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결정은 이례적으로 지난달 접수된지 한 달 만에 「고속처리」된 것이어서 헌법재판소가 예상보다 빨리 실시되는 지자제선거에 맞춰 법적 판단을 앞당겼다는 의미도 갖고 있다.
특히 「입후보자 제한 및 겸직금지조항」에 대한 위헌결정은 그 효력이 이번 기초의회의원선거 때부터 미쳐 후보등록을 둘러싼 혼선을 막고 조합장들의 피선거권 제한을 풀어준 효과를 갖는다.
지방의회의원선거법 발효 후 첫 실시되는 이번 선거에서 「선거공고일로부터 5일 이내에 해임되지 않으면 출마할 수 없다」는 규정에 묶여 출마를 망설이던 농협·수협·축협·산림조합·엽연초생산조합·인삼협동조합 등의 조합장이 현직을 유지한 상태에서 출마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이 조항의 위헌판단 근거로 ▲각종 협동조합이나 산림조합은 행정기관이 아닌 자주적 단체이며 ▲그 조합장은 명예직이고 비상근직이라는 점을 들어 『이들의 입후보 제한은 민주주의의 터전이 되는 참정권 제한 최소화원칙을 어긴 과도한 제한이며 평등권 제한』임을 분명히했다.
특히 헌법재판소는 『조합장의 지방의회의원직 겸직을 허용할 경우 조합장에 의한 조합의 정치적 악용가능성이 많다』는 내무부·법무부의 반대의견을 인정하면서도 『정치적 자유를 신장하는 데서 오는 이익이 불이익을 상계하고도 남는다』는 입장을 취했다.
「7백만원 기탁금제」에 대한 위헌결정은 그 규정이 시도의회의원선거에만 적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오는 26일의 기초의회의원선거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이번 결정에서 『기탁금 7백만원은 과다하게 책정된 것』이라며 『다음 광역의회선거 공고일 전까지 기탁금 액수를 공영선거 운영비용 수준으로 낮추도록 법을 개정하라』고 명시,이번 상반기중 실시예정인 시도의회의원선거에서는 돈 없는 서민층이나 젊은 세대들이 후보로 나설 수 있는 길을 넒혀주었다.
이번 결정은 지난 89년 국회의원선거법의 기탁금제도에 대해 ▲기탁금 액수의 과다 ▲일정요건 때 기탁금 국고귀속의 부당성 ▲정당 입후보자와 무소속 입후보자의 액수차 등의 부당성 등을 들어 위헌결정이 내려졌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예상됐었다.
또 외국의 경우 기탁금제도가 아예 없거나 있어도 형식적인 금액인 데 비해 우리나라 시도의회의원선거의 경우 공영선거 운영비용 예상 최대액 3백16만여 원(서울 도봉 1선거구의 경우)을 훨씬 초과하고 있어 경제력이 약한 사람의 출마를 사실상 봉쇄하고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가졌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기탁금 액수의 하향조정을 통해 국민의 정치참여 욕구를 최대로 보장토록 한 것이다.
다만 헌법재판소가 기초의회의원선거의 경우 2백만뭔의 기탁금을 내도록 한 부분에 대해 소원신청자의 부적격 사유를 들어 위헌여부를 판단치 않은 것은 지나치게 법형식에 얽매인 것으로 헌법적 판단을 명확히함으로써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대원칙과 어긋난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김승일 기자>김승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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