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말 평민·민주 두 야당은 수서비리와 관련,나란히 「놀라운 주장」을 폭로형식으로 밝혀 세인의 관심을 끌었다.김대중 평민총재는 9일 보라매대회에서 『정태수 한보그룹 회장이 지난달 11일부터 2일 동안 신라호텔에 있을 때 청와대 비서실의 고위직 인사가 정 회장을 면담해 수사방향에 대한 모의까지 했다』고 주장하며 『인적증거가 있다』고 덧붙였다.
같은날 민주의 장기욱 인권위원장은 홍성철 전 청와대비서실장이 정 회장과 오랜 친분관계에 있었던 점을 중시,홍씨의 재산을 「추적조사」한 결과 부인 김 모씨(43)가 부동산 12건을 소유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장 위원장은 부동산의 내역을 구체적으로 ▲제주남 제주군 안덕면 감산 소재 임야 4군데 2천5백80평 ▲서울 강남구 개포동 주공아파트 ▲서울 용산구 한남동 287 아파트 및 대지 ▲한남동 26의5 대지 1천1백70평 및 건물 ▲서울 강남구 내곡동 단독주택 2건 및 대지 1백37.9평 등이라고 공개했다.
평민의 폭로가 「선정성」이 짙다면 민주의 폭로는 그런대로 구성요건을 갖추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물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수서비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여전함을 생각할 때 두 야당은 톡톡히 재미를 본 셈이다.
문제는 정작 이제부터이다. 두 사건 모두 당사자들에 의해 전면 부인됐기 때문이다.
평민측은 「증거물」이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지만 공개를 하지 않은 만큼 아직은 정치공세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민주측은 상황이 다르다.
홍씨의 부인 김씨는 『한남동의 건물 대지 등은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의 지번에 불과한데도 마치 건물대지 소유자인 양 밝힌 것은 유감』이라며 『현재 내 명의로 가지고 있는 것은 내곡동 집 1채,한남동의 35평형 아파트,제주도의 척박한 임야 몇백 평일 뿐』이라고 정면 반박했다.
결국 장 위원장과 김씨 중 하나는 명백한 거짓말을 했거나 사실을 번연히 알면서 의도적으로 확대주장을 했음이 틀림없다. 나아가서 장 위원장이 김씨의 주장을 뒤엎을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못할 경우 단순한 「폭로해명」의 공방차원을 넘어 형사사건으로까지 비화될 소지를 안고 있다.
공당·공인의 「말」과 그에 따른 「책임」이 어떠해야 하는가가 새삼 피부에 와 닿는 사건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