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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독자적 안보노선 추진(걸프전후의 중동·세계:10·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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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독자적 안보노선 추진(걸프전후의 중동·세계:10·끝)

입력
1991.03.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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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외교상 대미 의존 탈피/「범유럽군」 등 공동체제 모색/미선 세계전략·나토체제 손상 우려 적극 저지걸프사태를 통해 외교·군사적 무력감을 맛본 독일 등 유럽대륙 국가들이 「범유럽군」 창설 등 독자적인 외교안보전략을 적극 추진,미국과 갈등을 빚고 있다.

미국은 대유럽영향력 행사의 최대발판인 나토(북대서양 조약기구)의 결속이완 추세가 걸프사태를 계기로 저지돼,유럽의 안보전략을 계속 주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유럽대륙 국가들은 오히려 대미 의존탈피 필요성을 절감,유럽만의 독자적 통합안보전략의 모색을 강화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걸프전 성공」으로 표면적으로 미국의 대유럽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는 듯한 것과 달리 내면적 갈등은 걸프사태 이전보다 한층 깊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서유럽국가들은 EC를 중심으로 걸프사태 이전부터 동·서 냉전종식에 따른 새로운 독자안보정책의 필요성을 거론해 왔다. 다만 EC를 축으로 한 외교·안보적 정책통일은 경제·정치통합문제보다 훨씬 어렵고,요원한 과제로 남아 있었다.

그러나 걸프사태는 EC국가들의 외교·군사적 취약과 공동보조의 필요성을 뼈저리게 느끼게 했다.

영국을 제외한 EC국가들은 처음부터 이 사태의 무력해결이 유럽의 이해에 반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독일·프랑스·이탈리아 등 주요 유럽대륙 국가들이 미·영의 강경대응 자세에 맞서 평화해결을 적극 모색했던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독자적 평화모색 노력은 미국이 외교·군사적으로 대세를 주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EC국가들의 무력함만을 드러냈을 뿐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EC국가 내부의 상충되는 이해관계에 따른 분열상만을 여실히 노출했다.

EC는 「전쟁」을 기정사실로 삼고 있는 영국과 「평화주의자」 독일의 양극으로 갈렸고,나머지 국가들은 이 양극 사이를 상황변화에 따라 오갔다는 평가를 받았다.

「평화」 쪽에 섰던 프랑스가 결국 실리를 노리고 전투선봉에 선 것이 대표적인 경우다. 마지막까지 버티는 듯하던 독일은 미국의 「보복공세」 앞에 만신창이가 된 채 말문을 닫았다.

에이스켄스 벨기에 외무장관은 『EC는 경제적 거인,정치적 난쟁이,군사적 유아에 불과하다』고 EC국가들의 무력감을 대변했다.

걸프전 종식과 함께 EC국가들은 표면적으로는 미국의 세계질서 주도의지와 역량을 치하하는 자세를 취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론 미국의 일방적 주도를 허용할 수밖에 없었던 독자안보 능력의 위약함을 메울 수 있는 공동안보정책을 모색하고 나섰다.

이 같은 움직임은 일차적으로 걸프사태와 같은 지역적 위기에 공동대응 할 수 있는 「유럽군」 창설주장으로 나타났다. 이 움직임을 주도 한 콜 독일 총리와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은 『미국의 지원이 없이도 위기상황에 신속 대응할 수 있는 체제 마련』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콜 총리는 이 유럽군의 모델로 현재 독일남부에 배치돼 있는 독·불연합연대를 제시했다. 미테랑 대통령은 해외 이동능력을 가진 기동기갑 부대와 헬기·최신예 대지공격기 등을 갖춘 신속대응군 창설을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에 EC12개 회원국 중 영국과 네덜란드는 기존의 나토동맹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반대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탈리아 등 나머지 국가들은 적극적인 동조자세를 보이고 있다.

중요한 것은 EC국가들이 「유럽군」 창설 자체보다 독자적인 공동안보정책에 주목적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EC 회원국들의 안보협력기구인 WEU(서유럽동맹)의 에켈렌사무총장은 최근 정기 EC안보정상회담을 통한 공동안보전략 수립을 주장하면서 『유럽에서 미국을 완전 배제하지 않는 선에서 강력한 독자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또 자크·들로프 EC위원장은 『유럽은 노골적 야심과 국제적 위기상황에 포위돼 있다』며 EC의 안보·군사기능 확보를 강력히 촉구했다. 그는 이와 함께 『안보정책 통합을 경제·정치통합과 병행,올해의 최대 역점과제로 설정하자』고 주장했다.

이 같은 EC내 유럽대륙 국가들의 독자적 외교·안보 노선 모색에 대해 미국측은 극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EC국가들의 「나토존중」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움직임이 나토의 틀과 미국의 주도를 벗어나려는 시도로 간주하고 있다.

이에 따라 월리엄·해프트 나토 주재 미 대사는 들로르 EC위원장의 발언이 있은 직후 『현재나 미래에도 나토는 유럽안보의 핵심으로 남을 것이며,이를 대치할 기구는 없다』고 선언했다.

또 미국측은 브뤼셀에서 EC회원국 대표들을 대상으로 비밀 브리핑을 갖고 『EC독자안보조직은 나토의 확립된 안보전략을 손상시킬 뿐 아니라 향후 「정면충돌」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유럽대륙국가들은 걸프사태에서처럼 유럽의 이익에 반하는 미국의 주도에 끌려가는 상황이 재현되는 것을 피하고 EC의 위치를 높이기 위해 독자적인 외교·안보노선의 확립을 절박한 과제로 삼고있다. 따라서 앞으로 이 문제를 둘러싼 미국과 유럽대륙간의 갈등은 심각한 양상으로 진행될 것이 분명하다.<베를린=강병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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