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통해 재집권 기도”/알리아 정권 불신… 시위「동구개혁의 고도」 알바니아가 오는 31일 45년 만에 최초로 실시될 다당제 자유총선을 앞두고 수만여 명의 국민들이 국외로 탈출하는 사태로 정치적 혼란에 휩싸이고 있다.
유럽의 최빈국으로 독재체제를 고수해온 알바니아는 동구개혁의 물결에 밀려 지난해 11월 라미즈·알리아 인민의회 의장(대통령)이 「민주화 개혁」을 선언함으로써 굳게 닫아 걸었던 쇄국의 문을 개방하기 시작했었다.
46년 건국 이후 알바니아를 통치하던 엔베르·호자 알바니아 노동당(APL·공산당) 제1서기를 승계한 알리아 의장은 파탄에 빠진 경제를 회생시키고 「하나의 유럽」 체제에 동참키 위해서는 개혁정책을 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야당인 민주당의 창당을 허용하고 종교자유인정,공산당의 지도역할 포기 등을 개혁기치로 내걸었다.
알리아의 이같은 개혁정책은 이미 루마니아의 독재자 차우셰스쿠의 비참한 말로에서 보았듯이 국민들의 민주화 요구를 계속 거부할 경우 차우셰스쿠와 똑같은 운명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알리아는 이번 선거를 통해 APL이 승리한다면 불가리아의 공산당처럼 정권을 계속 유지할 수 있고 대외적으로도 정권의 정당성을 내세울 수 있다는 의도를 갖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알바니아의 최근 사태는 알리아의 생각대로 가고 있지 않음을 보여 주고 있다.
학생 노동자 등 개혁을 요구하는 10만여 명의 시위대들은 지난달 20일 수도 티라나의 중심가인 스칸데르베그 광장에서 이민금지에 항의하는 집회를 갖고 호자의 동상을 파괴했다.
이 사태 이후 이를 반대하는 관제시위와 지지시위가 연일 계속됐으며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로 사상자가 발생했고 급기야는 군대가 탱크를 동원,질서유지에 나서기도 했다.
알리아는 사태가 긴박하게 돌아가자 위기를 관리하기 위한 대통령 위원회를 설치하고 총리를 경질하는 조치를 취했다.
신임 총리로 임명된 파토스·나노는 비록 골수공산주의자는 아니지만 개혁파라고 볼 수도 없어 국민들의 개혁요구에 부응하는 인물이 아니었다.
결국 알리아는 국민들에게 임시방편으로 개혁정책을 추진하는 듯한 인상을 주면서 실지로는 군부내 일부 개혁세력을 제거하고 야당을 탄압하는 등 정권을 유지하는 작업을 은밀히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개혁의지가 의심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선거에서도 실질적인 변화가 전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많은 국민들은 정치적 자유와 생활고를 벗어나기 위해 육상과 해상으로 국외탈출을 감행하고 있다.
알바니아인들은 항구 및 국경으로 몰려가고 있으며 티라나의 각국 주재공관에도 입국 비자를 받기 위해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다.
알바니아 당국은 각국 공관 주위로 군중들이 몰리자 물대포와 공포를 쏘며 해산시키면서 적법한 절차에 의해 해외로 나가야 된다고 명령하고 있으나 별 다른 효과는 보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유고슬라비아의 국경에도 많은 난민들이 국경경비대의 경고사격에도 불구하고 철조망을 넘어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
이탈리아 등 인접국에도 알바니아에서 선박을 타고 나온 수천명의 난민들이 입국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아드리아해 연안인 두레스항을 빠져 나간 난민만도 최근 들어 2만여 명이 넘는 것으로 알바니아의 야당계 신문들이 추산하고 있다.
야당인 민주당은 탈출러시가 증폭되자 라디오 방송을 통해 『국가와 국민들은 과거보다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더욱 필요로 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탈출을 중지해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APL이나 야당의 제지나 호소에도 불구,탈출행렬은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여 이번 선거 때까지 정정불안이 통제불능상태에 빠질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이장훈 기자>이장훈>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