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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군 가담… 시리아 강자 부상(세계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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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군 가담… 시리아 강자 부상(세계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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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03.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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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아랍산유국들 경제지원 불가피/이라크 약화 따라 외교적으로도 유리걸프전 후 중동지역의 세력판도가 재편되고 있는 와중에서 반이라크 다국적군 대열에 동참했던 시리아가 힘의 공백상태를 틈타 아랍권에서의 강국으로 급부상하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

걸프전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아랍최강국의 자리를 지켰던 이라크가 다국적군의 공격 앞에 맥없이 무너지자 평소 이라크의 위세를 탐탁지 않게 여기던 시리아가 때를 놓치지 않고 종전 이후의 중동문제 처리과정에 깊숙히 개입하고 나선 것이다.

쿠웨이트 사우디 등 걸프협력기구(GCC) 국가들이 전쟁 당사국이거나 엄청난 전비를 부담해야 할 「이중고」의 처지에 놓인 반면 시리아 이집트 이란 등은 같은 중동지역국가이면서도 엄청난 정치·경제적 전리품을 거두어들이기만 하면 되는 속편한 장사를 하고 있다.

더욱이 시리아는 걸프전을 계기로 이라크를 중동외교무대에서 2선으로 밀어내고 서방의 신뢰를 얻어내는 한편 걸프전 참전을 구실로 중동부유국 및 선진 각국으로부터 경제지원 약속도 받아냄으로써 걸프전에서 가장 실속을 차린 중동국가로 평가받고 있다.

사실 시리아는 이번 전쟁 이전까지만 해도 반서방 강경노선을 표방하는 위험한 나라로 지목돼 국제사회에서 찬밥신세를 면치 못했으나 다국적군에 2만명의 군대를 파견한 덕분에 「과거의 오명」을 일시에 씻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지난 6일 시리아의 다마스쿠스에서 회동한 시리아 이집트 및 GCC합동외무장관들은 시리아군과 이집트군을 주축으로 한 아랍평화유지군을 창설키로 합의한 데 이어 시리아와 이집트 양국에 걸프산유국들이 재정지원을 하는 내용의 안보·경제협력선언을 발표했다.

이와 함께 유럽공동체(EC)는 시리아에 수백만달러의 원조를 제공키로 했으며 일본도 대시리아 재정·경제지원을 확대키로 했다.

사담·후세인 이라크 대통령과 개인적인 경쟁관계에 있는 하페즈·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11년 만에 처음으로 지난해 11월 제네바에서 조지·부시 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개선에 합의한 데 이어 영국과도 단교 4년 만인 지난해 11월 국교를 재개했다.

시리아가 반이라크 전선에 가담한 데 따른 기대 이상의 결실을 거두기 시작함에 따라 시리아의 국내경제사정도 급속히 호전되고 있다.

시리아정부는 최근 서방과 아랍산유국으로부터의 경제지원금이 속속 들어오면서 외환보유고가 늘자 통화규제 조치를 대폭 완화시켰다.

시리아정부는 민간부문에서 무역자금의 결제를 위해 현금소득을 보관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한편 시중은행에서도 암시장의 환율시세를 반영하기 시작했다.

또한 이라크의 갑작스런 위축에 따른 힘의 공백상태를 이용,영향력 확대를 노리는 시리아는 이집트 사우디 등 온건아랍국들과의 관계개선을 모색하면서 이라크와의 8년 전쟁 뒤 외교적인 침묵을 보여온 이란과도 새로운 중동질서 구축에 있어 보조를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와 관련,아사드 대통령은 지난 7일 시리아를 방문한 하산·하비비 부통령과 알·악바르·벨라야티 외무장관 등 이란 대표단과 만나 시리아가 중심이 된 아랍평화유지군의 창설 등 향후 중동지역 세력안배문제를 집중논의했다.

시리아의 영향력 확대에 가장 불안을 느끼는 나라는 레바논 내전과 중동전쟁 등을 통해 시리아와 무력충돌까지 벌인 바 있는 이스라엘이다.

걸프전 당시에도 이스라엘이 이라크를 보복공격하는 데는 극구 반대입장을 천명한 시리아가 향후 중동정세의 주도권을 장악할 경우 이스라엘은 타도 이스라엘을 표방한 「제2의 이라크 등장」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의 한 일간지가 최근 북한제 스커드미사일이 시리아로 이동중이라는 보도를 한 데 대해 이스라엘은 즉각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나섰다.

이스라엘군의 한 관계자는 『이스라엘은 시리아가 미사일능력을 크게 강화하고 있는데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모종의 대응조치를 단행할 것임을 시사했다.

세계산유량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중동지역의 현상황에서 외교적 입지와 영향력을 급속히 확대하고 있는 시리아의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장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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