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선관위 원칙 지켜라(사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선관위 원칙 지켜라(사설)

입력
1991.03.10 00:00
0 0

기초단위지방의회선거를 공정·공명선거로 이끌어야 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갈팡질팡하고 있다. 스스로의 한계를 쉽게 드러내는 무능은 현실여건상 어쩔 수 없으리라는 것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나 국민에게 혼란감을 가중시키고 있는 데 대해서는 짜증과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중앙선관위는 국회에서 제정한 법의 범위 안에서 선거를 집행해야만 하는 한계가 있다. 여야의 정치적 야합의 산물인 지방선거법이 모순 덩어리여서 해석과 집행에 곤혹을 치르고 있음도 이해한다.

그러나 기초단위지방선거는 「정당의 후보공천 금지」를 명기함으로써 정당의 개입금지를 기본정신으로 설정한만큼 모든 유권해석도 이 원칙에서 내리는 것이 당연하다. 따라서 당초 선관위가 야권의 수서사건 규탄 전국순회집회를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위법으로 규정하고 특히 「후보자도 합동유세에서 특정 정당을 지지 또는 반대하는 발언을 할 수 없다」고 한 것은 타당한 해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지 하루 이틀 만에 「합동연설회에서 정당 지지·반대발언은 물론 선전벽보·공보 등에도 표기할 수 있다」고 번복해석한 것은 선관위가 정당불개입이란 법정신을 스스로 무너뜨리고 사실상 정치의 개입을 허용한 것으로서 무원칙한 자세라 아니할 수 없다.

선관위가 정당의 공천을 금지한 법 68조는 후보자가 특정 정당으로부터 공천·지지를 받고 있다는 발언을 금지할 뿐이지 본인의 찬반 표명은 막을 수 없다고 한 것도 많은 논란의 소지를 남기고 있다 하겠다.

중앙선관위가 결정적 법해석에서 오락가락하고 결국 정치개입의 길을 열어줌으로써 이제 기초의원선거의 유세장은 정치의 뜨거운 대결장이 되게 되었다. 결국 겉으로는 정당의 간여금지를 외치고 실제는 허용하는 해괴하고 기이한 선거를 치르게 됐고 나아가 혼란과 무질서가 기승을 부릴 여지를 마련한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가뜩이나 정치와 관권이 호시탐탐 개입을 노리고 또 많은 후보들이 실력보다 금품살포와 탈법운동의 기회를 탐색하고 있는 오늘의 선거분위기 속에서 이처럼 선관위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음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전세계에서 중앙선관위가 당당한 헌법기관인 나라는 우리나라 등 극소수 국가밖에 없다. 그럼에도 선관위가 3공 이래 지금까지 많은 국민으로부터 정부의 예속기구쯤으로 이해되고 있다는 것은 깊이 자성해야 할 것이다.

이번 선거의 경우도 말썽많은 지자제선거인 데다 정당의 개입은 공명과 혼탁여부를 좌우하는 문제인만큼 비록 법은 잘못 구성됐다 해도 정부·여당이 기초선거를 확정한 직후 중앙선관위가 각 당 총재 또는 사무총장을 초청,온국민이 보는 앞에서 정당불간여원칙을 강조하면서 협조를 구하고 이에 따른 세부실천계획을 분명히 천명했어야만 했다. 선관위는 지금부터라도 확고한 자세로 중심을 잡아 선거를 끌고나가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