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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 후보 자질/원일희 사회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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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 후보 자질/원일희 사회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1.03.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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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지방의회 의원 입후보자 등록 이틀째인 9일에도 각 구청에 마련된 접수처에는 예상보다 훨씬 적은 인원이 등록해 한산한 분위기가 계속되자 선관위관계자들은 의아함과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등록한 후보자들도 주로 『조건없는 봉사를 하려고 내 돈 쓰며 나왔다』는 일방적 열변가이거나 『동네사람 추천받기는 쉬운 일』이라고 자랑하는 동장·통장 출신들이었다.

지명도가 높은 거물급 인사나 행정경험과 경륜을 갖춘 공직자 지식층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선관위관계자들이 실망감을 보이는 시간에 각 정당의 지구당 사무실은 붐비고 있었다.

모 정당 마포을구,서대문갑구 지구당 사무실에서는 아직 등록도 하지 않은 출마희망자들이 열심히 정당관계자들의 훈수를 받고 있었고 당직자들은 지원을 하느니 못하느니 하며 의논을 하고 있었다.

한 정당관계자는 『지금까지 등록한 사람들은 선거가 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라고 비웃으며 『최종경쟁률은 3 대 1을 넘겠지만 우리 정당에서 미는 후보자가 당선될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아무리 「동네 대표」를 뽑는 선거이지만 조직없이 열정만 가진 후보보다는 정당이나 새마을운동본부 등에 가담했던 인물이 당선될 것이라는 해석이다.

또다른 당직자는 『지방의회선거 결과는 총선과 대선으로 연결되는데 거물급 인사나 고위공직자 출신들이 기껏 기초의원쯤에 출마하겠느냐』고 말했다.

결국 각 정당은 공식적인 후보공천은 금지돼 있지만 지명도가 높은 거물급 인사는 광역의회나 총선에 대비해 「아껴두고」 비중이 낮은 인물을 기초의회에 출마시켜 이후 선거의 발판을 굳힌다는 전략이다.

정당과 일부 후보자들의 논리대로라면 기초의회는 광역의회나 국회보다 「별볼일 없는 일」만 하고 중앙정계 진출을 노리는 대합실에 불과하게 될 것이다. 동네일에 전직 총리나 장관이 나서서는 안 되는 것인가. 입만 열면 국가와 민족을 위한다는 거물들이 내 이웃을 위해 기초의회 의원이 되겠다는 산뜻한 소식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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