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서사건이 정부에 의해 사법적으로는 매듭지어졌지만 정치적·경제적으로는 살아 있다. 특히 경제적으로는 이제부터 문제의 시작이다. 한보그룹을 살릴 것인가. 살린다면 어떠한 방법과 명분 아래 살릴 것인가. 처분한다면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한보주택만 정리토록 할 것인가. 아니면 한보주택과 한보철강을 묶어서 제3자에게 인수토록 할 것인가. 한보그룹을 살리는 경우 파문의 장본인인 정태수 회장 일가의 경영권은 어떻게 할 것인가. 정부는 지금 궁극적으로 어떠한 계획을 갖고 있는지 드러내고 있지 않다. 그러나 주거래은행인 조흥은행과 서울신탁은행 등의 지원지속조치로 보아 한보그룹을 일단 살리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겠다.조흥은이 받쳐줘 부도를 모면해온 한보주택은 수서주택조합에 위약금조로 발행해준 9백74억2천5백만원 상당의 견질어음 중 1차분 2백억원이 오는 11일 만기가 돌아오는 것을 감안,지난 2일 서울민사지법에 법정관리신청의 사전절차인 재산보전처분명령과 회사정리개시명령을 신청했고 7일 법원으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한보주택은 이 조치에 따라 모든 채권·채무와 재산처분이 동결됨에 따라 일단 부도의 위협으로부터 해방됐다. 묶인 채무는 위약금 견질어음 9백74억원,금융기관 대출금 1천2백7억원,진성어음 등 기타 채무 1백50억원 등 약 2천3백31억원이다. 일단 한보그룹에 대해서는 주택조합원·하청업체·물품납품업체 등 채권자를 희생으로 해서 혜택이 주어진 셈이다. 법원은 또한 재산보전관리인으로 한보 탄광부장을 선임했다.
주거래은행인 조흥은행이 재판부의 관리추천 의뢰를 『주택건설계통에 정통한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추천을 포기함에 따라 한보측의 추천을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관계전문가들은 은행측이 보존관리인 선정에 소극적인 이유를 모르겠다고 의아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택조합측은 견질어음 교환의 길이 막힘에 따라 한보주택과 상호보증관계에 있는 한보철강을 상대로 보증채무 이행청구소송을 제기,위약금을 받아내는 길이 있다. 그러나 보증채무이행청구소송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고 비록 채권자들이 승소하더라도 한보철강의 재산이 대부분 서울신탁은행에 이미 대출담보로 설정되어 있어 물권보다 우선순위가 낮은 채권의 회수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한보주택의 법정관리신청은 주택조합의 위약금 지급문제를 회피한 뒤 기업의 정상화를 시도하기 위한 계략이라는 비난도 있다. 어떻든 한보주택은 최근 연속 4년간 적자를 기록했던 부실기업이다. 지난해의 경영실적은 매출액 3백82억원에 적자 1백70여 억 원이었다. 주택조합의 위약금을 그만두고라도 은행채무 등을 현단계로서는 변제할 능력이 없다. 한보주택만은 매입할 기업이 없을 것이다. 결국 사업전망이 좋은 흑자업체인 한보철강과 한데 묶어 제3자에게 처분하는 길을 모색하는 것이 수서사건이 미친 충격으로 보아 경제적으로나 사회도덕적으로나 합당한 처리방법으로 생각된다. 이것이 또한 오해의 증폭을 막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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