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유가 21불 유지 다급한 과제/쿼타 걸려 진통 심할듯/사우디 주도 타협 예상/「전쟁프리미엄」 요구 서방측 영향력 변수걸프전 이후 세계석유정책의 변화를 예고해줄 석유수출국기구(OPEC) 시장감시위원회 회의가 11일 제네바에서 개최된다.
이번 회의에서는 ▲걸프전 종전 이후 13개 회원국들이 모두 참석하는 첫 번째 회의로 앞으로의 유가향방이 어떻게 될 것인가 ▲회원국들간의 전쟁으로 창립 이후 최대의 위기상태에 빠진 OPEC가 앞으로 어떤 위상을 정립할 것인가 ▲실질적으로 중동석유에 대한 주도권을 누가 행사할 것이냐 하는 점 ▲야마니 사우디 전 석유장관의 예상대로 유가가 12달러 선까지로 떨어질 것인가 하는 점 등이 어느 정도 그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번 회의의 주요 의제는 지난해 8월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으로 중단된 산유량쿼타제의 확립과 공시기준유가 회복문제 등이다.
OPEC는 지난해 7월 산유량 상한선을 하루 2천2백50만배럴,공시기준유가를 배럴당 21달러로 책정했으나 걸프사태 발발로 모든 약속이 깨져버린 상태다. 회원국들간의 첨예한 이해대립으로 이들 이슈에 대한 명확한 결론을 끌어내는 데는 많은 진통이 뒤따를 것으로 보이나 최소한 공동성명 마련에는 성공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만일 이번 회의에서 단합된 모습을 보이지 못할 경우 그것은 OPEC 내부의 취약성을 그대로 노출,사실상 이 기구의 붕괴를 자초한다는 사실을 OPEC 회원국들이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 등 온건파 아랍 전승국들이 이라크와 이란 등 강경파와 알제리 등 비중동권 회원국들의 주장을 억누른 채 회의를 주도,OPEC 생존의 길을 모색하면서 서방측 입맛에도 맞는 타협안을 이끌어낼 것으로 예상된다.
OPEC는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직후인 지난해 8월말 11개국 회원국들에 산유쿼타를 무시,최대한 생산하도록 허용하면서 「걸프사태가 끝나는 즉시」 보다 엄격한 쿼타정책으로 복귀키로 결정했었다.
이에 따라 특히 사우디의 경우 제재조치로 동결된 이라크와 쿠웨이트의 하루생산량인 약 4백50만배럴에 거의 육박하는 4백만배럴을 추가 생산,최근 OPEC 11개 회원국들의 하루생산량은 상한선을 크게 넘어서는 2천3백50만배럴 정도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1·4분기중 OPEC산 석유수요량은 하루 2천1백만배럴 가량이고 비성수기 및 세계경제 침체 등으로 석유수요량은 더 이상 증가하지 않을 전망이다.
때문에 알제리 베네수엘라 나이지리아 인도네시아 리비아 가봉 등 비중동 6개 회원국들은 유가폭락을 막기 위해 하루 2백만배럴을 감축하기로 결정했다고 석유전문지인 중동경제조사지가 최근 보도했다. 또 인도네시아의 기난자·카르타자스미타 에너지장관도 최근 『시장감시위원회가 새로운 생산쿼타를 결정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이번 회의가 비상총회로 전환되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기준유가 회복문제도 마찬가지다. 현재 유가는 배럴당 20달러 선을 밑돌고 있는 데다 기본적으로 공급이 수요를 웃돌고 있다. 가격문제는 산유량과 맞물려 있어 현상황으로는 유가를 올리려면 그만큼 생산량을 줄여야만 한다.
그러나 사우디 등은 걸프전 지원비용 등 부담으로 외국에서 앞으로의 석유수입을 담보로 1백억달러의 차관을 들여왔을 뿐 아니라 이란 베네수엘라 등 다른 회원국들도 경제난으로 대폭적인 감산은 힘든 상태다.
때문에 이번 회의에서는 생산량쿼타와 기준유가 등을 미국 등 주요선진국들의 양해 아래 「정치적」으로 결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즉 쿼타량 및 유가를 지난해 7월 수준에 가깝게 회복시키는 대신 OPEC의 향후 의사결정에 있어 미국 등 선진국들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절충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즉 중동석유 주권의 일부는 「전쟁프리미엄」으로 서방측이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 등은 유가가 지나치게 떨어질 경우 전쟁으로 파괴된 아랍권의 복구는 그만큼 힘들어지고 이것은 새로운 중동질서 개편 및 세계평화 구축에 전혀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주요 석유소비국들도 그 동안의 경험과 준비 등으로 20달러 내외의 유가는 받아들일 수 있는 상태라는 풀이다.
대신 OPEC내 강경파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생산시설 복구에 많은 시간이 필요한 이라크와 쿠웨이트의 생산량쿼타 중 일부를 이들 회원국에 임시로 이전시키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그럼으로써 미국 등은 중동석유 지배와 막대한 석유자금을 바탕으로 한 국제금융자본의 지배라는 걸프전의 한 전쟁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이번 회의에서 OPEC가 뚜렷한 결론을 못 낼 경우 세계원유생산국과 소비국 양측이 모두 참가하는 국제회의가 개최될 가능성도 크다. 이같은 회의는 지난해 7월 OPEC측이 국제에너지기구(IEA)에 정식제안했으나 IEA가 거부했었다. 하지만 현상황으로는 오히려 IEA가 OPEC를 통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합동회의 개최 가능성도 높은 편이다.<이상호 기자>이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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