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공 최대의혹” 장외포문/“검찰수사 성역보호로 일관”/김대중 연호… 선거유세 인상/진흙탕에 비닐 깔아… 인근 공사장 한보 표시 지워지자제 기초의회선거는 후보등록이 끝나기도 전부터 수서 공방으로 본궤도에 접어들었다.
평민당은 보라매대회를 시작으로 장외공세의 불을 댕기는 모습이고 민자당은 보라매대회를 불법선거운동이라고 몰아세우며 애써 자제해온 맞대응의 빗장을 풀었다.
○…평민당은 9일 하오 보라매공원에서 수많은 당원·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수서비리 규탄 국민대회」를 열고 수서사건을 6공 최대 의혹으로 규정지으면서 본격적인 장외공세의 포문을 열기 시작.
이날 대회에서 김대중 총재 등 연사들은 한결같이 수서사건이 권력 핵심부에 의해 조직적이고 집단적으로 이루어졌다고 주장하면서 국정조사권 발동과 특별검사제 도입에 의한 진상규명과 재수사를 거듭 촉구.
대회 시작과 동시에 김 총재가 무개차를 타고 입장하면서 손을 들어 답례하자 청중들은 일제히 평민당 수기를 흔들며 『김대중,김대중』 연호와 함께 김 총재의 모습을 보려고 차량행렬을 한때 가로막기도.
대회는 시작 한 시간이 지나 하오 4시 김 총재의 연설에서 절정.
김 총재는 먼저 『수서사건의 주범은 청와대이며 국회 건설위는 송사리의 종범밖에 안 된다』면서 정태수 한보 회장의 구속 전 신라호텔 투숙사실과 관련한 청와대개입설을 주장.
김 총재는 『노 대통령은 수서의 진실을 은폐하고 있다』면서 『만일 대통령이 자신의 말대로 정말 몰랐다면 그렇게 정보에 어둡고 당·정 지도층으로부터 소외당해서야 어떻게 나라를 통치할 수 있단 말인가』라고 공격.
김 총재는 『검찰이 성역없는 수사를 했다고 하지만 성역의 보호에 일관하고 주범들은 철저히 수사에서 제외시켰다』면서 『장영자사건때도 주범은 처벌했는데 이 정권은 5공만도 못 하단 말이냐』고 반문.
그는 『지금 청와대·안기부·검찰·행정부내의 검찰 출신을 중심으로 한 공안세력들이 이 나라의 국정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면서 『이들은 반체제세력을 용공으로 조작하고 정치인을 파렴치범으로 모는 양면작전을 취하고 있다』고 주장.
김 총재는 이날 연설을 시작하기에 앞서 『오늘은 약속대로 지자제 얘기는 하지 않고 수서문제만 얘기하겠다』고 말해 이날 대회가 선거운동이어서는 안 된다는 선관위의 유권해석을 크게 염두에 두는 모습.
○…김 총재 연설의 핵심은 수서비리와 관련,정 한보 회장의 신라호텔 행적에 대한 청와대 관련주장과 노 대통령과의 TV토론 요구.
김 총재는 예고했던 수서비리의 중요폭로사실로 신라호텔 관련부분을 제시했으나 관련인사의 신원에 대해서는 「비서실의 고위인사」라고만 말할 뿐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아 궁금증을 유발.
김 총재는 그러나 『이 사람을 입증할 수 있는 인적 증거가 있다』면서 『만일 국회에서 국조권이 발동되고 특검제가 채택된다면 이 사람이 증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는 등 입증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
김 총재는 이와 함께 『나는 노 대통령의 관계에 대해 국가를 위해 할말을 아직도 많이 자제하고 있다』고 강조하는 등 더 많은 폭로할 사실을 지니고 있음을 은연중 시사.
또 TV토론 제의는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과 한 고등학생과의 교육문제 관련토론에서 착상되었다는 후문.
김 총재는 이 요구가 사실상 실현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고려,채택에 숙고를 거듭했는데 『노 대통령이 수용하든 안 하든 해될 것은 없다』는 측근들의 진언이 주효해 결국은 채택되었다는 것.
○…이날 대회는 하오 3시 사회자인 박실 의원이 개회선언으로 시작돼 홍영기 수서대책위원장은 진상보고,초청연설,김 총재 연설 등의 순으로 2시간여 동안 진행.
홍 위원장의 보고에서 『지금까지 확인된 사실을 주관적 해석을 달지 않고 객관적으로 보고하고,결론은 여러분의 판단에 맡기겠다』고 전제,▲청와대 ▲민자당 ▲검찰관련 부분을 차례로 설명.
청중들은 개펄같이 변한 2만여 평의 공원 운동장을 반 이상 메우고 연사들의 수서 진상보고를 경청.
특히 김대중 총재의 연설 도중에는 수십 차례에 걸친 김 총재 이름이 연호돼 일찌감치 선거열기에 들어간 듯한 인상.
대회장에는 「부패정권 갈아치우자」는 등의 구호가 적힌 대형 플래카드와 애드벌룬 30여 개가 나부꼈고 주최측은 대회시작 1시간 전부터 당가를 틀어놓고 구호를 외치며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모습.
대회 시작 30분 전까지만 해도 대회장에는 불과 5천여 명 정도밖에 청중이 모이지 않아 주최측은 아연 긴장하는 표정이었으나 대회 시작 시간인 하오 3시가 가까워지자 청중수가 급격히 불어 크게 안도하는 표정들.
주최측은 날씨가 쌀쌀한 데다 전날 내린 눈 때문에 운동장이 질퍽해지자 바닥에 비닐을 깔아놓는 등 여러 가지 응급조치를 하기도.
공원 안의 대회장 바로 옆에는 공교롭게도 한보주택이 서울시립 보라매병원을 시공중이었는데,한보측은 청중들의 감정자극을 우려한 듯 서둘러 시공자 표시를 페인트로 지워놓아 눈길.
주최측은 대회가 시작할 때는 물론 끝날 때도 청중들에게 ▲가두시위 ▲폭력 등 과격행위 ▲주최측이 인정 않는 플래카드 게시 ▲강연중 구호 ▲지자제선거관련 언동 등 6개항의 「금지사항」을 고지해 선관위의 집행위법 판정에 대비.
○…이날 청중 숫자에 대해 주최측은 「30만명 이상」(경찰 추산 3만5천)이라고 주장했고 김 총재는 연설과정에서 『50만 시민 여러분』이라고 언급. 그러나 AP통신은 3만명으로,UPI통신은 1만5천시민으로 각각 타전.
당초 평민당은 89년 공안정국 당시 집회나 90년 야권통합 집회 때에 버금가는 청중동원을 예상했으나 8일 내린 폭설과 한때 「대회 취소」까지 고려한만큼 이날 대회를 『불행중 다행』으로 자체평가.<정병진·신효섭 기자>정병진·신효섭>
◎민자 “구태의 흑색선전” 맹공/“평민은 유언비어 제조창… 자아비판부터”
▷여권 반응◁
청와대는 9일 보라매공원 집회에서 김대중 평민당 총재가 주장한 수서사건 청와대배경설 등에 대해 「지나치게 정도를 벗어난 흑색선전」이라며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표시.
비서실 고위관계자는 『신라호텔에서의 사전음모 운운은 현재 정부의 위상을 아는 사람이라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식 밖의 주장』이라며 『일단 흑색선전을 퍼뜨려 놓고 이를 이용해 정치공세의 발판을 마련하려는 구태의연한 수법』이라고 비난.
이 관계자는 『김 총재와 평민당은 지난 87년 대통령선거 때부터 유달리 「정보가 있다」 「증거물 확보했다」고 주장하고 수십 차례 유언비어를 만들어냈으나 지금까지 한 번도 그 증거를 밝힌 적이 없다』며 맹공.
또 다른 관계자는 『김 총재는 외국의 예를 들어 노태우 대통령과의 TV토론을 제안했는데 이같은 제안을 하기 전 책임 있는 정치행위를 하는 외국의 야당 지도자 모습을 본받아야 할 것』이라면서 『평민당은 적어도 수서사건에 관한 한 차라리 겸허한 자성의 모습을 보일 정치도의적 책임이 있는 정당』이라고 주장.
○…민자당의 박희태 대변인은 이날 평민당 보라매집회와 관련,「평민당은 각성하라」는 제목의 4개항으로 된 논평을 통해 『평민당은 유언비어 제조창』이라고 원색적 용어를 동원해 비난하는 등 그 동안 언급을 자제해온 자세를 벗어나 정면대응.
박 대변인은 논평에서 『수서민원에 청와대 고위층이 개입됐다면 서울시장을 불러 지시하면 됐지 2년씩이나 끌려다녔다는 말이냐』고 반문한 뒤 『수서 규탄집회를 연다는 핑계를 대고 있으나 누가 누구를 규탄한단 말이냐』고 역공.
박 대변인은 『아무런 근거없이 청와대를 헐뜯고 정부여당을 매도하는 흙탕물 튀기기작전은 이제 그만두자』면서 『흙탕물을 튀기다보면 흙탕물이 제일 많이 튀어가는 곳은 자기 자신임을 알아야 한다』고 비아냥.
논평은 이어 『평민당은 봄바람난 처녀처럼 전국을 누비며 불법집회를 열려고 한다』면서 『대통령병환자 눈에 보이는 것은 대통령선거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에 선거라면 모두 대권에 관한 선거로 착각하고 있다』고 맹타.
논평은 『정당의 영향력을 증대시키는 선거는 광역의회·국회의원선거 등 얼마든지 남아 있다』면서 『그때 추종자들을 이끌고 전국을 누비며 유랑정치를 하든,대권욕을 불태우든 마음대로 하라』고 「주문」.
박 대변인은 평민당이 대통령과의 수서 TV 공개토론을 제의한 데 대해 『수서사건의 공범이 누구와 TV토론을 하자는 말인가』고 묻고 『자아비판이라도 하겠다는 것인가. 아니면 고백과 참회를 하겠다는 것인가』라고 발걸이.
박 대변인은 『걸핏하면 대통령을 걸고 넘어가는 무례한 습벽에서 하루빨리 벗어나길 바란다』면서 『평민당은 각성하지 않으면 쇠락의 운명을 맞이할 것』이라고 업어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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