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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장관­./김창열칼럼(토요세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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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장관­./김창열칼럼(토요세평)

입력
1991.03.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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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렬 노동부장관께두 번째,같은 취지의 글을,같은 노동부 최 장관 앞으로 씁니다.

첫 번째 글은 장관의 전임 최영철 장관이,정부 안 경제 각 부처의 해외인력 수입 요구를 혼자 반대하느라 고군분투하는 데 대한 공감과 치하의 뜻을 담은 것이었습니다. 그것이 작년 6월23일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로부터 겨우 8개월이 지났는 데,장관은 탄광촌 첫 나들이에서,해외인력 수입을 검토하겠노라,먼저 발설하고 나섰습니다. 그 느닷 없음에 놀라서 두 번째 이런 글을 쓰는 것입니다.

장관의 발설이 탄광촌에서 얻은 갑작스런 착상이 아님은,서울로 돌아온 장관이 곧장 문제를 각의에 제기한데서 짐작할만 합니다. 총리는 이를 받아 경제장관 회의에서 거론하도록 재정했다고 들었습니다. 해외인력 수입이 바야흐로 새 내각의 정책 일정에 올랐다고 할 것입니다. 혹시 그런 대전환이 「수서」가 시끄럽고,선거가 떠들썩한 틈에,일사천리로 진행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같은 급전환이 왜 있어야 하는지를 알 수가 없습니다. 과연 그 사이 경제·노동사정이 그처럼 달라진 것입니까. 노동부 전임 장관의 정책이 근본적으로 틀렸던 것입니까. 아니면 노동부 차원을 넘어선 곳으로부터의 정책판단이 달라진 것입니까. 그도 아니면 장관다운 노련한 수법으로,임투를 앞둔 노동시장의 「외곽」을 때리자는 것입니가.

장관의 발설이 있은 뒤로,해외인력 수입문제에 대한 논의가 한 동안 활발했습니다. 논점은 거의 다 나왔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워낙 심각한 문제라 다음 몇가지 보론은 덧붙였으면 합니다.

요약해 말하면,그것은 ①인력수입이 불가피하다는 인력부족론 ②인력수입이 기업 경영에 유리할 것으로만 생각하는 저임금론 ③일정한 조건을 붙여 해외인력을 들여오면 된다는 제한수입론­로테이션수입론이 모두 허구라는 것입니다.

①에 관해서는 우리나라 전산업의 인력부족률이 4.3%(광업은 9.2%)라는 수치가 논의의 기초입니다. 그러나 일본 전산업의 인력부족률은 10%를 훨씬 넘고 있으나,노동시장을 열지 않고 있습니다. 73년에는 그 수치가 20.5%를 기록했으나,인력수입의 논의조차 일지 않았습니다. 석유파동과 함께 닥친 이 인력난을,일본은 자동화 등의 기술혁신으로 극복한 것입니다. 오늘날 독일이 첨단기술에서 일본에 뒤진 까닭중의 하나가 바로 60년대 해외인력수입에 있다는 지적은 설득력이 큽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인력부족은 구조적인 것이 아니라 마찰적인 요인에 연유함을 먼저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②의 문제는 인력수입 비용이 클뿐 아니라,주택·복지 등 유지비용이,그들의 노동생산성에 비해 결코 싸지 않습니다. 또 우리 헌법이나 노동법규,국제인권 규약이나 노동관계조약이 이들의 차별대우를 용인하지 않습니다. 올 유엔총회에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조약안이 상정되는 등의 국제적인 조류도 유의해야 합니다. 자칫 저임 좋아하다가 국제적인 분쟁이나 빚고,끝내 되물리기 십상인 것입니다.

③의 제한수입이나 로테이션 방식은 독일에서는 실패했고,스위스와 싱가포르에서는 그런대로 아직 가능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스위스의 로테이션은 1년 중 9개월,기혼자의 단신취업·가족이산이라는 조건 아래,주변 4개국으로부터의 계절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고,외국인 노동자에 관한 한,초경찰국가라는 핀잔을 들으며 시행하는 것입니다. 싱가포르는 법을 어긴 해외노동자에 대한 태형,여자 근로자의 임신금지·6개월 마다의 임신여부 검사 등의 비인간적인 제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제도가 우리나라에 있을 수 있겠습니까. 인력 송출국인들 가만 있겠습니까. 나아가 그들은 제각기 자국민 수입확대를 요구할 것이 뻔합니다. 그래도 제한수입이 가능하겠습니까. 우루과이라운드에 국가간 노동력 이전의 자유가 주요 안건인 것으로도 그 해답은 자명합니다.

더구나 문제의 심각성은 인력수입이란 곧 「사람」의 수입이란데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 민족의 역사적 경험에 없는 일입니다. 그것은 노동경제의 문제이기 보다는 사회문화의 문제라고 할 것입니다.

전감은 역시 독일에서 찾을 수가 있습니다. 독일 경험에 의하면,해외인력의 수입이 노동시장의 분단현상을 가져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노동시장이 2중구조를 이루어,내적차별이 생겨 납니다. 그 결과로 본국인 노동자는 일단 외국인이 취업했던 직종을 기피합니다. 힘들고,더럽고,위험한 작업을 마다하는,말하자면 힘·더·위 기피,영어로는 3D(difficult,dirty,dangerous) 기피현상이 심화되고,그러다보면 해외인력 없이는 사회와 산업이 기능을 못하게 됩니다. 만약 중독에서와 같은 해외인력 의존증세가 나타나는 것입니다. 이쯤되면 민족의 기상,민족의 생명력에까지 영향이 미치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 점과 관련해서 흥미있는 것은,해외인력을 대량 수입한 무렵부터 독일민족의 출산력이 크게 떨어져 6백50년 뒤면 게르만민족이 멸종되리란 경고가 나오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만큼 해외인력 수입문제는 단순치가 않습니다. 그것은 노동부장관이 특정산업을 위해서 좌지우지할 것도 아니요,노사합의나 노조의 동의가 있다고 해서 가능한 일도 아닙니다. 그야말로 국민적인 논의가 앞서야할 사안인 것입니다.

바라기는 그 논의과정을 통하여,지금의 인력난을 이기고,그 것을 다음 발전의 계기로 삼는 지혜를 집약하고,그 방도를 찾는 것입니다. 노동부 장관의 할 일은 바로 여기 있는 것이지,인력수입을 단안하는 데 있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 점 장관 특유의 결단력과 추진력을 걱정해야 하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상임고문·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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