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백여개 파손·불길… 하루 3백억원 연기로/주변 지뢰제거에만 3∼4개월/염수살포·구조정시공등 일반적 방법 불가능/폭발물투하 산소차단도 운반수단 해결해야이라크군이 마구 불태운 쿠웨이트 유정의 진화가 걸프전 종료 후 최대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쿠웨이트 석유회사에 따르면 1천3백여 개에 달하는 쿠웨이트 유정 중 현재 9백여 개소가 파손되거나 화재에 휩싸여 있다고 한다. 화재가 난 유정에서는 최고 1백50m 상공까지 화염이 치솟고 있으며 하루 3백만배럴의 원유가 타 없어지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를 두바이산 원유가격으로 계산한다면 4천2백만달러(약 3백억원)에 달한다.
원유가 타면서 발생하는 연기로 쿠웨이트는 대낮에도 어두컴컴하며,연기가 햇빛을 차단해 기온이 내려가 시민들이 담요를 쓰고 장작에 불을 붙여 몸을 녹이고 긴소매 옷을 입고 다닐 정도이다.
쿠웨이트당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유정화재 진압을 위해 「커드웰컨트롤」 「레드 아대어」 등 4개 미국 유정화재 진압전문회사와 1개 캐나다 회사 등 5개사와 계약을 체결,화재진압을 서두르고 있다. 각국의 진화전문가들은 쿠웨이트 유정화재의 경우 자연적으로 발생한 화재가 아니라 이라크군이 고의로 불을 지른 것으로 대부분 「크리스마스 트리」라 불리는 지상에 노출된 채유시설이 파괴된 상태여서 더욱 진압이 어렵다고 한다. 게다가 쿠웨이트의 유정 대부분이 자연압력 방식에 의한 원유분출형태여서 진압의 어려움이 더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압력 방식의 유정은 화재가 발생하면 원유의 유통이 자연적으로 중단되도록 되어 있으나 자연압력방식의 경우는 마치 마개를 딴 샴페인처럼 원유가 끊임없이 치솟기 때문이다. 또 이라크군이 유정주변에 폭발물을 매설했기 때문에 이를 제거하는 데만 3∼4개월 정도 걸리고 그 후에야 진화전문가들의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돼 피해 정도는 더욱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유정화재의 진압방법 중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염수를 1분에 5만갤런 정도 고압으로 뿜어주거나 화학물질,거품 등을 사용하는 것과 유정안에 차단장치를 넣어서 파이프에서의 기름유통을 막는 것이다. 그러나 유정화재의 경우,기름과 가스의 혼합물이 고압으로 분출돼 타면서 시추봉까지 녹일 정도의 고열을 내기 때문에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진화가 불가능하다.
유정화재의 정도가 심할 때 사용하는 것이 구조정을 뚫는 방법. 화재가 난 유정의 채유시설에서 옆으로 수십m,경우에 따라서는 1백m정도 간격을 두고 옆으로 비스듬히 구멍을 뚫어 유정의 지하파이프를 막는 방법이다.
구조정은 보통 단단한 암반층까지 내려가기 때문에 하나를 뚫는 데 대략 2∼3개월에서 최고 1년까지 걸리기도 하며 10인치내의 지하 유정파이프를 찾는데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전문가들도 몇개의 구조정을 뚫는 등 시행착오를 겪어야 한다. 유정지하의 파이프를 만나게 되면 고압으로 염수를 집어 넣거나 시멘트 등으로 중간을 막아 더이상 기름이 뿜어 나오지 않도록 해 진화를 한다. 그러나 쿠웨이트의 유정화재의 경우는 동시에 수백 개의 유정이 불타고 있는 대규모여서 구조정을 뚫는 방법으로는 진화가 곤란하다고 한종환 박사(한국석유개발공사 기술실장)는 말한다.
공중에서 특수 조제된 폭발물을 투하해 즉 순간적으로 주변의 산소를 없애거나 니트로 글리세린을 주원료로 한 폭발물을 유정입구 바로위에서 폭발시켜 외부로부터의 산소를 차단시키는 방법이 있다. 후자의 경우 불기둥의 한가운데에다 어떻게 폭발물을 운반하느냐 하는 것이 문제이다. 이를 위해 두꺼운 철판을 겹겹이 씌우고 냉각장치를 갖춘 특수 무인 차량이 이용되기도 한다. 이외에도 1981년 미국 뉴욕의 베리어사 유정에서 화재가 났을 때 액화 질소와 물·거품을 섞어 사용해 진화에 성공한 적도 있다. 어떤 방법을 사용하든 현재 불타고 있는 쿠웨이트 유정을 진화하는 데만 최소한 2∼3년이 걸릴것이라고 진화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여태까지의 통계에 의하면 보통 1개의 유정화재를 진압하는 데 드는 비용은 50만∼1백만달러 정도로 쿠웨이트의 경우 전체 진화비용만 수입억달러에 달하는 등 마치 불 속에 달러화를 부어 넣는 격이 될 것 같다. 일단 화재가 진화된다 해도 유정이 새로이 생산기능을 갖추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어려움이 뒤따른다. 심한폭발과 화재로 인해 개발가치가 떨어져 재생산을 포기할 경우에는 유정을 시멘트로 메워 폐기하게 된다. 그러나 재개발할 가치가 있는 유전의 경우는 기존의 유정을 다시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조사하여 보수·청결작업을 하거나 새로운 시추공을 굴착해야 한다.
보통 유정복구에 필요한 시간은 초기개발기간의 1.2∼1.5배 가량 걸리며 비용도 1.5∼2배에 달한다고 한다. 그러므로 쿠웨이트 유정화재가 진화되고 석유재생산이 개시되기까지는 적어도 4∼5년 이상 걸릴 것이라는 것이 한 박사의 설명이다.<조혜련 기자>조혜련>
○53년간 세계 곳곳 수백 건 진압/59년부턴 전문회사까지 차려/유정화재 진압 명수/미 폴·아대어씨
쿠웨이트 유정 화재진압을 위해 투입된 진화전문가 중의 한사람인 폴·아대어씨(75)는 전설적인 진화전문가. 아대어씨는 항상 빨간색의 석면으로 된 방화복과 장화 헬멧을 쓰고 유정화재 현장에 나타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레드 아대어」라는 진화전문회사를 경영하고 있는 아대어씨는 여태까지 수백 개의 유정화재를 진압한 경험이 있다. 유정화재를 당한 오일회사들은 사태가 심각한 지경에 다다르면 어김없이 아대어씨를 부른다. 아대어씨와 그의 팀이 다른 회사에 비해 첨단의 장비와 기술을 가진 것은 아니다.
단지 아대어씨의 경험을 믿는 것이다. 아대어씨는 62년 알제리 사하라 사막의 석유가스 화재를 진압했고 77년에는 노르웨이의 석유시추선 브라보호 화재를,88년에는 1백67명이 사망해 석유 시추사상 최대의 참사로 기록된 스코틀랜드 시추 플랫폼 「알파파이퍼」의 폭발화재를 진압했다. 그는 진화작업에 물이나 거품따위는 거의 쓰지 않는다. 아대어씨는 주로 다이너마이트 등 폭약을 사용해 불길을 잡는다.
그가 화재 진압 전문가로 일을 시작한 것은 1938년. 이 일을 시작하기 전에 아대어씨는 폭탄제거 전문가였으며 프로 미식축구팀의 스타였고 자동차 경주가였다. 그는 타고난 모험가이다. 그는 1938년 기름화재 진화전문가인 마이런·킨리씨가 세운 회사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그 곳에서 아대어씨는 킨리씨의 지도 아래 화재진압의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개발했다.
1959년 킨리씨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아대어씨에게 회사를 넘겨주었다. 아대어씨는 회사이름을 「레드 아대어」로 바꾸고 자신의 이미지를 구축해 나갔다. 이제 유정화재가 난 곳이면 어디건 아대어씨의 모습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오일회사들 사이에 그는 유명한 인물이 되었다. 유정화재 진화분야에서는 백전의 노장인 아대어씨도 이번 쿠웨이트 유정화재를 보고는 『한꺼번에 5개 이상의 유정에서 불이 난 것은 처음보는 일』이라고 놀람을 표시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