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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드나(지자제시대:3)

입력
1991.03.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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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제한액 천6백만원선… 후보들 “준법 어렵다”/실제 4천만원서 억대까지/전국서 1조원 뿌려질 전망선거에서의 관건은 역시 조직과 돈이다. 이번의 지자제 기초의회선거가 정당공천이 배제되었다고 하지만 그래도 선거는 선거여서 조직과 돈이 중요함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특히 조직의 근간인 정당이 공개적으로 선거에 간여할 수 없기 때문에 개인조직이 전면에 나설 수밖에 없고 이 경우 간단치 않은 기초활동비가 필요하게 된다.

우선 후보는 등록 때 2백만원의 선거기탁금을 내야 되고 선관위는 전국평균의 법정선거비용제한액을 1천6백만원 선으로 정해놓았다.

따라서 후보가 써야 할 비용은 최소한 1천8백만원이 된다는 얘기이고 경쟁률을 4∼5 대 1로 잡을 경우 2만여 명이 나설 것이기 때문에 이 비용만도 3천6백억원에 달한다.

여기에다가 선관위의 선거비용제한액은 그야말로 탁상공론식 산출이어서 현실과는 엄청난 거리가 있다.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선거 때에도 법정제한액이 지켜졌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고 최소한 법정액보다 4∼5배의 비용이 들어간다는 게 상식으로 돼 있다.

따라서 이번 선거에서도 어림으로 산출해도 1조원 가까운 돈이 풀릴 것이라는 계산이 어렵지 않다. 더구나 이번 선거가 끝나면 곧바로 광역의회선거 바람이 불 것이기 때문에 8백66명의 광역의원을 노리는 후보들이 지금부터 사실상 선거운동에 들어갈 것이라는 현실도 무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지자제 실시를 두고 비정상적인 인플레를 우려하는 경제계의 「만류」가 높았고 야당에 비용절감의 측면에서 기초·광역의회 동시 선거실시 주장의 명분을 주기도 했다.

여야 정치권과 각종 사회단체,유권자 개개인 모두가 「공명선거=돈 안 쓰는 선거」를 주장하며 캠페인에 나서고 있고 후보 개인들도 돈 안 드는 선거운동을 다짐하고 있지만 잘못된 선거풍토가 어느 정도 잡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이번 선거가 국지전의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에 「안면을 넓히기 위한」 물량공세가 어쩔 수 없이 횡행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후보예정자들은 『못 써도 4천∼5천만원을 써야 할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고 부풀어난 경제규모 때문에 억대 이상의 선거비용을 준비한 후보도 있다는 얘기마저 들리고 있다.

지난 연말 지자제선거가 확정됐을 때 중소기업중앙회의 한 간부는 5 대 1 경합을 가상할 때 『1인당 1억원의 선거비용이 음으로 양으로 뿌려질 것』이라면서 기초의회선거에서만 2조5천여 억 원의 「선거 인플레」를 점치기도 했다.

선관위가 산정한 제한액은 공고일인 8일부터 당선인 결정일까지 20일간을 기준으로 전국을 평균할 때 정확히 1천5백99만5천원.

구체적 항목은 개인 홍보비용이 40.9%로 가장 많고 사무장·사무원 인건비 36.7%,후보 개인경비 9.2%,자동차 등 교통비 6.3%,사무실 유지비 5.1%,사무연락비 1.8% 등이다.

전국에서 가장 높게 책정된 곳은 전남 보성군 벌교읍 선거구로 인구 3만1천5백90명에 의원정수 2인. 인쇄비 1천3백만원과 인건비 1천5백30만원 등 법정선거비용으로 모두 3천4백61만4천원까지 사용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반면 가장 돈을 적게 써야만 하는 곳은 경북 점촌시 대성동(인구 2천8백7명·의원정수 1인)으로 제한액은 1천1백15만3천원.

서울의 경우는 전국평균치보다 다소 높은 1천9백38만4천원. 반 이상이 2인선출구에다 인구수도 전국평균인 1만2천명 선보다 높은 2만1천명에 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관위의 제한액 산정은 법에 규정된 대로 단 한 건의 「타락」도 없는 확실한 공명선거를 전제로 소형 인쇄물 2만2천1백장,선전벽보 50장,현수막 11개 등만을 기준으로 한 것.

따라서 제한액이 지켜질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서울 영등포구 도림1동에서 후보로 나선 한 인사(사업)는 『서울의 경우 인쇄물·선전벽보·현수막 등 모든 홍보자료 제작·배포에 평균 8백만원의 상한선을 정해놓고 있으나 개인 약력소개서만 만드는 데 5백만원의 비용이 든다』고 「호소」하고 있다.

경기 수원지역의 한 후보는 『인건비로 책정된 5백80만원의 제한액은 하루 평균 30만원도 안 되는 액수』라며 「준법」이 어려운 현실임을 지적했다.

정부는 3월의 총통화증가율이 19%를 넘기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후보들에 대한 은행대출을 규제하고 선거비용을 많이 쓰는 후보들에 대해선 자금출처를 추적해 세무조사를 벌이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으나 어느 정도 실효성이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이번 선거가 앞으로 내년말까지 줄줄이 이어질 모든 선거의 전초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선거풍토 개선이 갖는 의미는 실로 중차대하다. 선거풍토 개선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돈을 쓰는 타락선거를 막는 일이다.

후보자들은 한결같이 선거에 돈을 쓰는 게 어디 후보자들만의 잘못이냐며 유권자들의 양식을 하소연한다.

후보들의 이같은 주장이 다소 과장은 있다손 치더라도 유권자의 의식개혁이 가장 절실하게 요청되는 부분이 바로 선거비용 문제다. 자칫하면 선거 인플레로 「선거망국론」이 또다시 나오지 말란 보장도 없다.<정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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