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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도 공직자 부패 만연(세계의 사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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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도 공직자 부패 만연(세계의 사회면)

입력
1991.03.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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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품뇌물 1백% 예사… 정치자금 비리도/메넴대통령도 스포츠카 선물받고 “궁지”/언론폭로에 국민들 분개제3세계의 저개발국가를 비롯,신흥공업국(NICS)뿐 아니라 일부 선진국에서조차 각종 부정부패현상이 만연하고 있는 가운데 남미 아르헨티나에서도 최근 공직자의 부정부패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잦은 쿠데타 등 만성적인 정치혼란과 경제불안이 계속돼온 아르헨티나의 경우 공직자들의 부정부패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은밀하고 부정적으로 이루어지던 과거의 관행과는 달리 최근 공직자들이 드러내놓고 부정을 일삼자 아르헨티나국민들이 이에 분개,공직자의 부정부패 문제가 본격적으로 여론의 심판대에 오른 것이다.

아르헨티나국민들의 분노를 촉발시킨 가장 최근의 사례는 카를로스·메넴 대통령이 10만달러 상당의 「페라리」 스포츠카를 이탈리아의 한 자동차회사로부터 선물받은 것이다.

젊은시절 자동차 경주선수 경력이 있고 스포츠카 애호가이기도 한 메넴 대통령은 지난해 여름 로마 월드컵에 출전한 아르헨티나 축구팀을 응원하기 위해 이탈리아를 방문했을 때 한 자동차회사로부터 스포츠카 선물을 받았다.

평소 「깨끗한 정부실현」을 소리높여 외치던 메넴이 고가의 선물을 받자 국민들로부터 『사회의 부정부패는 비난하면서 자신은 연봉의 몇 배나 되는 선물을 받을 수 있는 것인가』 『세금포탈 응징을 선언한 대통령이 어떻게 관세를 안 물었나』는 등의 거센비난이 줄기차게 쏟아졌다.

여론이 악화되자 메넴은 결국 『95년까지의 대통령 임기 동안만 선물받은 스포츠카를 사용하고 그 뒤에는 국가에 귀속시키겠다』고 한발짝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최근 아르헨티나 전국을 들끓게 하고 있는 공직자의 부정부패 문제는 지난해 11월 공공사업부 관계자들이 민간납품업자들로부터 뇌물을 받고 싸구려 물품을 비싼 값에 구매,연간 20억달러의 국고손실을 초래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오면서부터 본격적으로 터져나왔다.

현재 국영철도회사와 해운회사들의 비리를 수사하고 있는 루이스·모레노·오캄포 연방검사는 『아르헨티나의 부정은 사회 구석구석에 광범하게 확산되어 있다는 점에서 다른 국가와 구별된다』며 『다른 나라에서라면 3%의 뇌물이 통하지만 여기서는 뇌물액이 근 1백%에 육박,사업이 사기와 다를 바 없게 되었다』고 탄식했다.

아르헨티나의 부정부패는 정치권에 더욱 만연해 있다.

메넴 대통령의 페론당 소속 한 지방시장이 공개입찰을 거치지 않고 수백만 달러 규모의 하수시설 계약을 체결한 혐의로 최근 고발됐다.

또한 메넴과 인척관계에 있는 그의 한 보좌관이 1억달러 규모의 건설공사를 맡은 미국회사에 뇌물을 요구한 사실이 아르헨티나 주재 미 대사에 의해 폭로되기도 했다.

더욱이 76∼83년까지 무자비한 통치권력을 휘둘러온 군사정부가 정치자금조성 명목으로 각종 기업으로부터 거두어들인 사실이 밝혀지고 있으나 수백억 달러의 엄청난 돈이 어디로 갔는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이와 함께 89년에는 국립조폐공사 직원 일부가 수백억 달러 상당의 고액권 지폐와 공채증권을 불법적으로 찍어내 치부한 사실이 발각돼 아르헨티나국민들을 경악케 했다.

정부고관 대부분이 부정부패와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80년대에 운영상 발생한 6백70억달러 규모의 손실중 대부분은 뇌물과 관련된 것으로 의혹을 받는 융자 때문이었다고 최근의 한 조사보고서에서 밝혔다.

오랜만에 군부집권에서 벗어나 민선 대통령이 된 메넴은 89년 자신이 집권한 이후에도 연평균 1천% 이상의 인플레가 계속되고 부정부패현상까지 가중되자 지난 1월 대국민 연설을 통해 『부패는 병마요 암인 동시에 재앙이며 도덕적 위기』라고 전제하고 자신뿐 아니라 측근들의 재산도 공개토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아르헨티나국민들은 메넴의 이같은 약속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와 부정부패현상이 사라지기는커녕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을 우려하고 있다.<장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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