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비 정치생명 건 위기타개 카드/인종폭동·경제침체 계속 방치땐 “연방 분해”/정통성 확보 신임투표 성격… 결과 낙관 못해소 연방의 존속여부를 묻는 국민투표가 소련 역사상 최초로 오는 17일 실시된다.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등 발트 3국과 몰다비아 그루지야 아르메니아 등 소련내 6개 공화국이 신연방조약안에 서명을 거부하고 이번 국민투표도 보이콧하고 있는 상황에서 실시될 이번 선거는 앞으로 소련의 최대현안인 민족문제의 해결향방 및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정치생명을 가늠할 척도가 된다는 점에서 중차대한 의미를 갖고 있다.
고르바초프는 지난 7일 「소련은 연방으로 존속하되 각 공화국에 확대된 권한을 부여한다」는 요지로 된 신연방조약안을 이미 연방위원회에서 통과시켰으며 최고회의(의회)의 승인을 받은 뒤 국민의 토의를 위해 곧 공개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고르바초프 등 현 소련지도부는 페레스트로이카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다민족국가인 소련이 한 연방으로 단결할 수밖에 없으며,각 공화국에 자치권은 부여하되 침체된 경제를 회생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연방정부가 각 공화국을 관장해야 된다고 인식하고 있다.
고르바초프는 각 공화국의 독립성향과 관련,『일부 공화국의 연방이탈 문제는 소련이라는 거대한 국가를 붕괴시킬 수 있는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국내정치의 안정이라는 대명제의 최우선 과제는 「연방의 단결」이며 이를 확인하고 정통성을 과시하기 위해서는 「국민투표」라는 편법을 쓸 수밖에 없었다.
소련의 정치구조는 그 동안 고르바초프 등 온건개혁파의 의도대로 당서기장 중심제에서 대통령제로 전환됐으며 권력의 축도 정치국에서 국가안보위원회로 옮겨졌기 때문에 이번 연방존속 문제만 해결된다면 일단 정치적 불안정 요소는 제거되는 셈이다.
고르바초프는 지난 연말부터 올초까지 부통령 총리 내무 외무 등의 인선을 마무리 지었으며 지난 7일 국가안보위원회 위원들의 최고회의 인준까지 받아내는 등 「제2의 페레스트로이카」시대를 창출할 준비를 마무리했다.
물론 인물들의 면면을 보면 비록 보수파 일색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나 정치안정 및 법질서 확립 등의 차원에서 본다면 대부분 적합한 인사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발트3국과 일부공화국의 저항이 만만치 않은데다 보리스·옐친 러시아공 최고회의 의장 등 급진개혁파들의 반발도 거세 고르바초프의 항로가 결코 순탄하지 않을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특히 더욱 중요한 점은 이번 국민투표에서 국민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하는 것이다.
고르바초프가 집권한 이후 소련에서는 소위 민주적 절차에 따른 선거가 지난 89년과 90년 두 차례 실시됐는데 모두 예상과는 달리 급진개혁파가 승리하는 의외의 결과를 낳은 바 있다.
고르바초프가 지난해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국민들의 직접선거방식을 택하지 않고 인민대표대회에서 간선으로 선출토록 한 점도 이같은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소련국민들은 고르바초프가 집권한 이후 경제난국에 따른 불만이 최고조에 달한 상태이며,범죄급증 인종폭동 등 사회불안 요소도 깔려 있어 이번 국민투표의 결과를 결코 낙관적으로 예상하기는 힘들다.
결국 이번 국민투표는 고르바초프의 신임을 묻는 형태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아 소련정치 풍향의 「핵」으로 등장하고 있는 셈이다.<이장훈 기자>이장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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