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개 포괄업종서 2∼3개 추리기 난색/「비제조업 간판」 한진 등은 내세울 것 없어/“자진경쟁시대 역행처사” 반발도정부의 업종전문화 유도를 위한 새로운 여신관리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될 경우 앞으로 재계판도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재벌그룹들이 어떤 업체를 주력업종으로 선정하느냐에 따라 기존의 업체별 순위가 뒤바뀔 가능성이 클 뿐더러 이로 인해 매출액 등 그룹의 사세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재벌그룹들은 주력업종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과 업종전문화에 대한 정부의 진의를 확인하느라 부산한 모습이며 경쟁그룹사의 주력업종 선정에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여신관리 대상이 대출기준으로 바뀜에 따라 현대·삼성·대우·럭키금성·선경·쌍용·기아·한국화약·효성·금호 등 10개 그룹이 여신관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그룹들은 아직 정부의 구체적인 주력업종 선정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선정작업에 착수하지는 않고 있으나 나름대로의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특히 이들 그룹들은 정부가 업종분류에 사용하는 1백4개 업종을 기준으로 할 경우 대부분 40여개 업종을 포괄하고 있어 2∼3개 정도의 주력업종을 선택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재벌그룹들은 나름대로 자동차·석유화학·전자·중공업·기계 등을 주력업종으로 꼽고 있다. 현대그룹은 자동차·전자·석유화학,삼성은 전자·중공업·석유화학,럭키금성은 석유화학·전자,대우는 전자·자동차·중공업,선경은 석유화학 필름 등을 주력 업종으로 선정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쌍용은 석유화학·시멘트·자동차,기아는 자동차·기계,한국화약은 석유화학·기계,효성은 화학 섬유·중공업,금호는 타이어·석유화학 등을 꼽고 있다.
그러나 주력 업종으로 선정되더라도 2∼3개 업체를 주력업체로 선정토록 한다는 것이 정부방침이므로 업종별로 많은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전자·석유화학 등의 경우 주력업체를 선정하는 작업은 거의 불가능한 실정이다.
이에 대해 재벌그룹들은 주력 업종 수를 늘리고 첨단산업에 대해서는 별도 차원에서 관리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임동승 삼성경제 연구소장은 『주력 업종을 더 늘려야 하고 주력업종에 끼지 못한 업종에 대한 규제는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럭키금성그룹측은 『반도체·유전공학 등 국가적인 차원에서 육성해야할 첨단산업은 업종 전문화를 위한 여신관리 대상에서 제외해 별도로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룹의 간판업종이 제조업이 아닌 그룹에서는 제조업만을 주력업종으로 선정한다는 기준이 무리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수송재벌인 한진 그룹은 즉각적인 반발을 보였다. 한진측은 『제조업의 발전과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반드시 동일한 보조를 맞추어 발전해야 하는 항공·해운·철도 등의 기간산업이 있다』며 『수송산업도 외국기업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제조업과 동일하게 취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설업을 간판 업종으로 삼고 있는 동아그룹과 호텔·백화점·건설 등 서비스업종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롯데그룹도 매우 난감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들 3개 그룹은 여신관리대상 포함여부가 아직 불투명하지만,여신관리대상에 포함될 경우 주력업종으로 내세울 업체가 없는 실정이다.
또 일부 재벌그룹들은 업종전문화 자체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선경그룹측은 『정부 주도하의 업종 전문화는 자유경쟁시대에 역행하는 조치이므로 시장경쟁 원리에 입각한 자율경쟁에 맡겨야 한다』며 『국제화 추세에 따른 각종 신규투자 및 신증설은 기업 스스로의 책임 아래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한국화약의 한 관계자는 『변화하는 경제환경에 맞춰 업종다변화를 시도하는 게 기업의 생존방식』이라며 『신규 유망산업 육성을 위한 지원 및 배려를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정부의 의지대로 업종전 문화를 유도하기 위한 여신관리가 시행되더라도 자금지원만으로 세계적인 기업을 육성하기는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끊임없는 기술개발이나 계열기업간의 통폐합을 통한 자구노력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세계기업으로의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또 재벌그룹들이 전자·자동차·석유화학 등을 똑같이 주력업체로 선정하여 자금조달경쟁을 벌일 경우 효율적인 자금배분이 어려워진다는 것도 커다란 문제점으로 남는다.<김주언 기자>김주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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