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단체장선거 성패 가름/차기 총선·대권과 함수관계/여 “마을잔치” 야 “정권심판”… 만6천명 18일간 열전실시방법과 시기를 둘러싼 우여곡절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지자제선거가 반쪽이나마 코 앞에 성큼 다가왔다. 오는 26일로 확정된 기초의회 지자제선거는 30년 만에 부활되는 지자제가 본궤도에 접어들었음을 분명히 확인시켜주고 있다.
전국 3천5백62개 선거구에서 4천3백4명의 기초의회 의원을 선출하는 3월선거는 올 6월께로 예정된 광역의회선거와 내년 상반기 안으로 실시하게 돼 있는 자치단체장선거 등 일련의 지자제선거의 성패를 가늠하는 시금석이 된다.
그리고 이 선거는 13대 들어 처음 실시되는 전국적 선거일 뿐 아니라 지자제선거가 지니고 있는 93년 대권과의 함수관계를 고려하면 그 의의가 배가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축복 속에 치러져야 할 지자제선거가 여권은 선거를 당장 하겠다고 하고 야권은 이를 반대하는 기묘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도 사실.
여권은 지자제 실시라는 명분을 바탕으로 선거관리상의 어려움을 들어 3월 분리선거결정을 내렸고 야권은 여권이 수서문제의 국면호도를 위해 무리한 3월선거를 강행하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이 와중에서 국민들은 말로만 듣던 지자제가 생각보다 빨리 피부에 와닿자 다소 어리둥절한 표정들이고 되찾은 주민자치의 지자제가 사회전반에 가져올 파장을 재기에 바쁜 모습들이다.
선거구별 평균경쟁률을 4 대 1 정도로만 잡아도 1만6천여 명이 전국의 3천5백62개 선거구에서 18일 동안 선거운동을 벌이고 그 과정에서 7천1백24회의 합동연설회가 개최되는가 하면 당원단합대회형식 등을 빌린 정당의 수많은 「지원행사」가 이어질 것임을 생각하면 전국이 선거열기에 휩싸일 것이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짐작이 간다.
물론 광역과는 달리 정당공천제가 배제돼 있는 데다 선거운동도 개인연설회를 허용하지 않고 선거벽보와 선거공보 및 소형 인쇄물 배부,그리고 현수막 게시 등으로 엄격히 제한돼 있지만 그래도 선거는 선거임에 틀림없다.
여권은 선거의 과열·타락상을 방지하기 위해 철저한 선거공영제를 통해 공명선거풍토를 마련하겠다고 주장하면서 실무형 선거를 강조하고 있지만 야권은 벌써부터 수서비리 등을 선거쟁점화하여 정권에 대한 심판을 묻는 기회로 이번 선거를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태세이다.
여권은 기초의회선거가 정당공천제를 허용치 않고 있다는 점을 들어 애써 초연한 태도를 취하며 3월선거를 「마을잔치」차원으로 해석하려 하고 있으나 야권은 정당공천제를 양보해야만 했던 이유가 바로 지자제를 있게 하기 위한 「충정」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에 선거법의 테두리 안에서 최대한 정치투쟁을 펼치겠다는 것이다.
기초의회선거가 정당공천제가 배제돼 있다고는 하지만 여·야는 서울과 수도권에서 치열한 세 각축을 펼 수밖에 없고 그 결과는 곧바로 향후정국,더 나아가서는 14대 총선과 차기 대권경쟁에까지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특히 서울의 경우 4백94개의 선거구에서 7백78명을 뽑는데 이 중 2백79개가 두 명 이상을 뽑는 중선거구이고 경기와 인천의 경우 6백79곳에서 5백15명을 뽑는데 1백54곳이 중선거구이다. 여·야는 서울과 수도권 중에서 특히 중선거구지역을 집중공략해 일단 최소한의 거점을 확보한 다음 이를 바탕으로 절대우위를 넘보려 할 것 같다. 지자제가 거론될 때마다 우려되는 과도기의 시행착오가 이번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3월선거를 둘러싼 여·야의 대립으로 이번 선거의 의미가 상당부분 훼손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시행착오와 후유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고 볼 수 있다.
야권의 일각에는 아직도 선거보이콧 주장이 상존하고 있으며 차제에 정권퇴진운동을 전개하자는 얘기가 나오는 등 선거를 둘러싼 정국의 분위기가 혼탁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특히 광역의회선거 시기를 6월로 상정할 경우 광역의회선거운동이 사실상 이번 선거 때부터 시작된다고 봐야 하기 때문에 선거전의 과열과 과다한 기회비용 지출의 가능성이 벌써부터 지적되고 있다.
또 이번 선거에서 지자제선거가 갖는 문제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날 경우 광역의회선거와 자치단체장선거까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음도 유의해야 할 대목이다.
그런가 하면 이번 선거가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극도로 심해진 가운데 치러진다는 점에서 지자제를 지키기 위한 시민자구운동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시민자구모임은 선거부정을 감시하고 공명선거를 촉구하는 소극적 활동차원을 벗어나 사회 명망가들에게 직접 출마를 권유하고 의회에 들어가서도 지도적 역할을 다짐하는 등 적극적인 양태를 띠어가고 있다.<이병규 기자>이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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