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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들이 구해준 삶/「신부전 11년」만에 웃음(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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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들이 구해준 삶/「신부전 11년」만에 웃음(등대)

입력
1991.03.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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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는 만성신부전증 환자 윤준식씨(28·칼빈신학교 목회학과 3년)가 발병 11년 만에 신장이식수술을 받았다. 윤씨는 한 달 뒤면 퇴원해 정상인으로 생활하게 될 전망이다.새 생명을 얻기까지 윤씨는 수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다. 한양공고 2년이던 80년에 병이 난 윤씨는 학교를 중퇴할 수밖에 없었고 새마을취로 노임으로 살림을 꾸려가는 어머니(50)에게 남편(55)의 간질병과 아들의 만성신부전증은 속수무책이었다.

돈암동 신림동의 달동네를 전전하는 동안 윤씨 가족은 전세방에서 사글세로,다시 무허가 비닐하우스로 점점 더 가난해져 갔다.

월 1백만원의 치료비 때문에 자살까지 생각했던 윤씨는 신앙의 힘으로 병마를 이기며 88년 대입검정고시에 합격,다음해 칼빈신학교에 들어갔다. 등록금은 국립의료원에서 인공투석치료를 받을 때 돌봐주던 간호사가 전액을 지원해주었다.

낙성대 뒤편의 무허가 비닐하우스 철거책임을 맡은 관악구청 녹지과 직원 황상길씨(35·현 서초구청)는 윤씨의 소생에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다.

철거해야 할 50여 동 모두 사연이 많았지만 특히 윤씨집 때문에 고심하던 황씨는 친분이 있는 봉천3동의 미약한 교회 김태근 목사(33)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 자신 봉천3동의 달동네 전세방에 살고 있는 김 목사는 방보다 병을 고쳐주는 게 급하다고 판단,지난해 5월 결성한 봉사서클 「관심있는 모임」 회원들과 함께 윤씨 살리기운동에 나섰고 구청에 호소,윤씨집 부근의 철거를 연기토록 해주었다.

「관심있는 모임」은 사랑의 쌀로 관악산 주변 불우노인들에게 무료점심을 대접했던 서클. 회원 60여 명은 윤씨 가정에 매달 10만원씩 도와주면서 수술비 1천여 만 원 모금과 신장기증자 확보를 위해 백방으로 뛰었다. 그 결과 신장기증 희망자 6명 중 김 모씨(30·서울 관악구 봉천동)가 적격자로 판정돼 윤씨와 김씨는 지난달 25일과 27일 신촌 세브란스에 입원하게 됐다.

모아진 돈은 칼빈신학교의 31만6천원 등 9백10만원에 이르고 있으나 수술 전 검사 등으로 상당한 돈을 써 현재 2백만∼3백만원 모자라는 상태이다.

신장기증자 김씨는 서울대 법대,대학원을 나온 사법고시준비생으로 『남을 위해 목숨까지 버리는 사람도 있지 않느냐』며 이름 밝히기를 사양하고 있다.

윤씨의 목숨은 그를 위해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곳곳에서 도와준 이웃들이 살려준 것이다. 지난해 방송통신대 중국어과에도 입학한 윤씨의 새로운 삶은 장차 중국교포들에게 신앙을 전파하면서 남을 돕는 생활로 이어질 것이다.<고재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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