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실시될 기초의회선거는 30년간 중단됐던 지자제를 부활시키는 시금석이 된다. 기초의회선거에 정당참여가 배제된 점을 순수한 의미의 주민자치라는 측면에서 받아들이는 것도 이번 선거에 실린 이같은 무게 때문이다. 여기에는 주민자치에서만은 중앙정치의 폐해를 재현해선 안 된다는 간절한 희구가 담겨 있기도 한 것이다.이렇게 되새기던 유권자들은 그러나 선거일정 확정과 함께 각 정당이 보여주는 선거채비의 분주한 발길들에서 어리둥절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우선 평민 민주 등 야당이 6일 이번 선거를 수서 공세무대로 간주,적극 「지원」하겠다고 나선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정당배제의 입법취지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를 알 수 없게 만든다. 야당이 수서문제에 집착하는 처지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법정신을 무시한 채 이렇게까지 당당한 자세로 선거를 이끌겠다고 할 수 있는 것인지 아연해진다는 말이다.
여당은 또 어떤가. 선거법 협상에서 정당배제를 그토록 옹호하며 기어이 야당을 굴복시킨 장본인이면서도 정당단합대회를 통한 수서문제의 적극해명 등 야당에 맞대응을 계획하는 것은 편리할 땐 언제든 스스로의 논리를 뒤집는 후안무치를 느끼게 한다.
물론 현행법상으로 선거운동기간중 정당활동 자체가 정지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잘한 것 하나도 없다』고 스스로 자인하고 있는 여야 각 정당의 노골적인 지원으로 당선된 지방의회 의원들이 시·군·구 의회에서 혹시나 중앙에 대한 보은의 의정을 펼 경우를 생각하면 아찔하다.
게다가 지금 각종 비리로 상처투성이인 여야가 국민들 앞에서 「누가 잘났나」의 싸움을 벌이는 것은 「도토리 키재기」밖에는 되지 않을 것이다. 또 여야가 자신들이 만든 법을 「어떻게 하면 교묘히 피할 수 있을까」 궁리하는 모양은 차라리 안쓰러운 느낌까지 들게 한다.
그러나 더욱 여야 정당들에 묻고 싶은 것은 스스로의 불법행동으로 인해 선거결과 자체가 심각한 「무효시비」에 휘말릴 때 누가 어떻게 책임을 지겠느냐는 것이다.
여든 야든 할것없이 현재 자신들의 위치를 자성해 자중자애하고 현행 입법정신을 충실히 구현한다는 의미에서 선거에 뻗치려는 손을 하루빨리 거두는 게 도리일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