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칩에 다시 「사랑의 쌀」 운동에 나서며3월부터 사랑의 쌀 나누기 운동이 두 번째 농사를 짓기 시작합니다. 지난해 꼭 이맘 때 조그맣게,그러나 힘차게 이 운동이 벌어졌을 때 우리는 사랑의 쌀 성금이 얼마나 모여서 얼마나 많은 이 땅과 해외의 배고픈 이웃들을 위해 나뉘게 될는지 예측을 못했습니다.
그저 그냥 팔짱을 끼고 앉아 있을 수 없다는 생각만은 분명했습니다. 아직도 배가 고픈 불우한 이웃들이 우리 주변에 꽤 있는데 몇 년씩 쌀을 창고에 쌓아두고 비싼 보관료를 지불하고 있다는 사실에 우리 양심은 적지 않은 괴로움을 느꼈습니다.
또 이 지구촌의 여러 나라에서 들려오는 기아,기근의 처절한 소식은 십년씩 풍작으로 배불리 먹고 남은 쌀을 곳간에서 묵히고 썩히고 있는 우리 겨레의 착한 마음을 부끄럽게 했습니다.
작년 한 해 동안 사랑의 쌀 나누기 운동이 그렇게 풍요하고 알찬 수확을 거둬들인 가장 중요한 까닭은 바로 특별한 계획이나 계산이 없이 국민들이 누가 누구를 강요하지 않아도 그저 감사한 마음으로 내게 있는 것을 아무 조건없이 나누기를 원하고 기쁘게 내놓은 데 있습니다.
26억이란 성금액은 자발적이고 비조직적이며 더욱 모금을 위한 행정비의 절감이 없이 전개된 운동의 열매로는 참으로 놀라운 것입니다. 누구도 상상치 못했습니다.
이 소중한 자원으로 이 땅의 소년·소녀 가장의 집들,그리고 우리 핏줄이 함께 흐르는 북녘땅의 동포,또한 방글라데시를 위시한 해외 5개국의 굶주리는 형제들에게 상당량의 쌀이 보내질 수 있었던 것도 예상을 뛰어넘는 결과였습니다.
지난 정초에 벵갈만 서부의 가난한 나라 방글라데시의 항구 치타공에서 사랑의 쌀 9백99.5톤이 배에서 트럭으로 옮겨 실리는 현장을 지켜본 제 가슴은 뜨거웠고 눈시울이 가벼운 떨림 속에 젖었습니다.
5천년 우리 겨레의 역사에 우리의 쌀을 우리가 원해서 먼 나라 배고픈 이웃에게 직접 아무런 대가없이 전해준 일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그래서 주는 우리 대표단도,받은 그 나라 정부 대표도 감격 속에서 할말을 잊었습니다.
필리핀으로 5백톤의 쌀이 떠나던 지난연말 부산항에서 유엔아동기금 대표 랠프·디아즈씨는 6·25전쟁 이후 많은 식량을 포함한 구호물자가 쏟아져 들어오던 이 항구가 이제는 세계를 향해 한국민의 따뜻한 마음이 출발하는 포구로 변했다고 감명깊게 말했습니다.
받는 처지에서 주는 입장으로 옮겨서는 희열과 자부심을 가슴 속 깊이 느끼게 하는 한 해였습니다.
이제 우리는 지난해에 푸짐한 농사와 알찬 수확을 값진 경험으로 삼아 2차연도 운동을 시작합니다.
올해도 역시 우리는 빈손으로 이 경칩에 문을 나섭니다. 국민학교의 어린이들이 가냘픈 손으로 내어놓는 백원,오백원,천원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기에 힘있게 첫걸음을 내어 딛습니다.
각계각층의 국민은 물론 교회에서 사찰에서 유림에서 천도교당에서 뜻있는 종교인들이 기도의 열매로써 바치는 성금이 금년에도 반도의 북녘으로 사랑의 쌀을 싣고 떠나는 배를 가득가득 채울 것으로 믿기 때문에 사랑의 메아리가 4천2백만의 가슴을 두드리게 될 것입니다.
이 땅의 기업인들,공무원,군인,가정주부,근로자들이 한마음으로 뜨겁게 뭉치어 이 운동에 동참하는 모습을 예견할 수 있습니다. 각급 학교의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교실에서,생일잔치에서 사랑의 쌀 이야기로 꽃을 피우고 아름다운 성금을 모아 보내는 갸륵한 모습도 미리 봅니다.
앞으로 몇 달 후 사할린 동포는 물론 아프리카대륙의 굶주리고 있는 나라들,특히 수단이나 에티오피아로 뱃머리를 돌려보게 되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기대와 희망으로 우리들의 가슴은 부풀어 있습니다.
수단과 에티오피아 두 나라에 금년 1년 동안 2백30여 만 톤의 구호양곡이 들어가지 못하면 1천여 만 명이 아사할 것이라고 유엔세계식량기구가 걱정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우리는 1천톤의 쌀을 방글라데시로 보낼 수 있었습니다.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해냈습니다.
금년 가을쯤엔 1만톤짜리 대형 선박에 한반도의 쌀을 싣고 한 민족의 사랑을 전하기 위해 부산에서,인천에서 많은 배가 떠났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 꿈이 허망한 것일까요? 결코 그렇지 않을 것을 우리는 압니다.
21세기의 지구촌 인간가족은 남에게 주기를 좋아하고 나누기를 즐기는 민족에 의해 영도받게 될 것이 분명합니다. 그 하나의 길이 혹시 사랑의 쌀이 아니겠느냐고 저는 자문해봅니다.
○사랑의 쌀 운동본부 상임위원
◇필자 약력=철박(영 맨체스터대) 62세. 전 한국기독교세계봉사회 총무·세계기독교협의회 중동파견 특별대표·유엔아동기금 이집트 인도 방글라데시 주재 대표·한신대 교수 역임,현 한국선명회 회장·한국청소년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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