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력 유지위해 항모 계속 주둔등 타진/이스라엘 양보통한 팔문제 타결도 모색6일부터 시작되는 제임스·베이커 미 국무장관의 중동 및 소련 순방은 걸프전 이후 미국이 구상하고 있는 새로운 「중동질서」의 구체적 내용이 드러나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걸프전의 완승으로 중동은 물론 탈냉전의 세계질서를 미국이 주도할 것이라는 「우려」가 서서히 일고 있는 가운데 이루어지는 이번 베이커의 순방을 두고,미국은 이해당사국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것이지 미국의 구체적 복안은 아직 완성된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하지만 미국은 이번 순방을 통해 제시할 「구상」의 핵심적 내용을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우선 중동의 안보질서와 관련,딕·체니 미 국방장관은 2일 TV회견에서 이 지역에 보다 강력한 공군력을 유지하기 위해 항공모함전단을 계속 주둔시킬 필요가 있다고 운을 띠었다.
체니 장관을 통해 표현된 미국의 이러한 희망은 베이커 장관에 의해서도 확인되었다. 베이커 장관은 미 NBC방송과 가진 회견에서 『아랍지역의 안전은 주로 아랍국가들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고 전제했으나 『걸프지역에서 강화된 해군력의 주둔에 관해 논의하는 것이 전적으로 비합리적인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볼 때 중동의 안보질서에 관한 미국의 구상은 미 지상군의 주둔은 배제하되 해군력은 계속 주둔시킨다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는 것이다.
중동의 항구적 평화질서를 보장하기 위해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팔레스타인문제. 이에 대한 미국의 구상도 그 윤곽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미국의 LA타임스지는 3일 부시 대통령이 이 문제와 관련,과거의 단계적 해결방안과는 다른 일괄타결방식을 모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백악관 고위당국자를 인용한 이 신문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문제해결방안은 이스라엘이 골란고원점령지를 돌려줘 시리아와의 평화를 회복한 뒤 팔레스타인문제를 해결하고 뒤이어 레바논 및 이라크와의 문제도 조속히 해결한다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의 양보를 핵심내용으로 하는 이 방안은 미국 중동외교의 대이스라엘 편향성을 극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또한 후세인 처리문제와 관련,부시 미 대통령은 전범처리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으나 미국은 내부적으로 물리적 외압보다는 소요에 의한 축출방식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의 「구상」에 대한 순방국의 반응은 각국이 처한 입장에 따라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안보구상과 관련,소련은 자국방위의 취약지역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강력한 미 해군이 주둔하는 것에 대해 반대의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아랍권국가들도 찬반 양론으로 갈라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편을 들었다는 이유로 국내적으로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안고 있는 시리아와 이집트는 소련 입장에 기울 것으로 예상되며 쿠웨이트 등 자국안보를 전담할 수 없는 소국들은 이를 환영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 아랍이스라엘 갈등해소에 관한 미국의 구상도 이스라엘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할 것은 거의 틀림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후세인 처리문제에 대해서도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그리고 이스라엘이 강경입장을 보이는 데 반해 소련과 시리아 이집트는 이라크 군사력이 와해됐기 때문에 다소 온건한 입장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이번 베이커의 순방외교는 미국이 탈냉전 이후 세계질서 구축에서 얼마나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을는지의 시험대가 될 것이다.<유동희 기자>유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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