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후세인 시위확산… 통치기반 “흔들”/반정부단체 본격활동 시작/실각땐 당분간 「무정부」 소지/후세인 희생양에 책임 전가 후 재기 노릴수도미국 등 다국적군의 일방적인 승리로 걸프전이 마무리된 가운데 패전국 이라크는 사담·후세인 대통령의 철권통치 기반이 뿌리째 흔들리고 전 국토가 초토화 되는 등 총체적인 국가위기를 맞고 있다.
이란과의 8년 전쟁으로 산유국임에도 불구하고 세계 3대 채무국으로 전락한 이라크는 이번 걸프전 참패로 건국 후 최대의 인적·물적 피해를 입은 것이다.
더욱이 정치적 반대세력을 철저히 탄압해온 후세인 대통령이 실각하는 등 집권 바트당 중심의 이라크 집권층이 와해될 경우 이라크는 향후 상당기간 동안 무정부적 혼란상태를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없지 않다.
걸프전 이후의 이라크 정국 전망과 관련,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은 후세인 대통령의 정치적 운명이다.
후세인의 국외 망명 시도설이 무성히 나도는 가운데 최근 수일간 이라크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반후세인 시위는 후세인의 정치생명이 상당히 위협받고 있음을 입증해 주고 있다.
이라크 집권층인 수니파와 달리 이라크 국민 중 최대 다수파인 시아파와 해외 반정부단체가 주도하고 있는 반 후세인 시위는 제2의 도시이자 최대 항구로 전략 요충지인 바스라시를 비롯,전국 곳곳에서 유례없는 유혈사태를 빚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특히 이라크 최정예 공화국 수비대가 주둔했던 바스라시조차 반후세인 시위로 시민통제가 불가능해진 것은 집권 바트당과 후세인의 통치기반이 내부로부터 흔들리고 있음을 강력하게 시사해주고 있다.
후세인 통치 기간 중 국외에서 주로 활동해온 반정부 조직은 시리아에 있는 이슬람 행동당,영국에 있는 이슬람 알 다와당 등 총 10여 개에 이르고 있는 데 이들은 오는 10일이나 11일께 베이루트에서 전후 이라크의 장래를 논의하기 위한 「전 이라크 반체제 그룹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번 「전이라크 반체제 그룹회의」는 후세인 집권 이후 국내외 모든 반후세인 세력이 결집하는 최초의 계기로 후세인 정권타도를 위한 본격적인 활동무대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 68년 쿠데타 성공에 이어 79년 대통령에 취임한 후세인은 대부분의 제3세계 독재자들과는 달리 국민동원을 통한 장기집권에 탁월한 수완을 발휘했고 필요할 경우 정적에 대한 무자비한 탄압도 서슴지 않았던 「현대판 살라딘(십자군시대 이슬람의 무장)」이었다.
그러나 집권 재연장의 구실로 삼았던 걸프전이 이라크의 참패로 끝남으로써 후세인은 자신의 정치생명을 더욱 단축시키는 자충수를 범하고 만 것이다.
내부적인 축출 위협에 직면한 후세인은 반이라크 연합 다국적군을 주도한 미국 등 외부로 부터의 제거 압력도 받고 있다.
걸프전 수행 도중 후세인 암살계획까지 은밀히 작성한 바 있는 미국은 후세인을 대파괴의 재앙을 부른 장본인으로 지목,전범으로까지 몰아세우는 한편 이라크 국민들에게 후세인의 바트당 타도를 공공연히 부추기고 있다.
또한 적극적으로 반후세인 세력을 지원하고 있는 이집트 시리아 및 걸프협력기구(GCC) 등 8개국은 5일 시리아에서 외무장관회담을 갖고 후세인을 회교 종교재판에 회부하는 문제 등을 집중 논의할 방침이다.
이와 같은 국내외적인 축출 위협에 직면한 후세인이 모색할 수 있는 선택 범위는 매우 좁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후세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걸프전의 성격을 반서방 회교성전으로 규정짓고 계속 집권하면서 재기의 기회를 노리는 것이다.
이 경우 후세인은 전쟁패배의 책임을 전가시킬 희생양을 내세울 가능성이 많다. 브렌트·스코크로프트 미 대통령 안보담당 보좌관도 『후세인이 희생양을 만들어 자신의 패배를 전가시킬 것』이라며 『이라크와 같은 권위주의 정권에서는 창피를 당한 지도자가 부하들이 그를 잘못 보좌했다는 것을 국민에게 보여주지 못하면 권력유지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후세인의 입장에서 볼 때 최악의 시나리오는 군부 쿠데타에 이은 국외 망명. 알제리 인도 등 일부 친이라크 국가가 망명 대상국으로 거론되고 있다고 보도된 바 있다.
2천억달러 이상의 전쟁 피해에다 1천억달러의 전쟁배상금을 물어야 하는 이라크는 후세인의 지도력 상실을 계기로 더욱 어려운 상황에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장현규 기자>장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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