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햇동안 일본 전역 공항 및 항만의 세관에서는 한국으로부터의 히로뽕 밀반출이 단 1건도 적발되지 않았음이 제6회 한일마약대책회의에서 밝혀졌다고 한다. 이같은 사실은 히로뽕의 국제적인 암류과정서 중간가공과 공급의 역할을 맡아왔던 한국이 비로소 히로뽕 수출국이라는 치욕적인 오명에서 벗어나게 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를 계기삼아 현대사회를 황폐화시키는 마약의 완전 퇴치에 박차를 가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경제성장의 과정에서 선진제국의 망국적인 병폐마저 모방하여 한국이 마약의 국제적인 암류통로에서 동남아시아의 중계지가 되어 1980년대에는 일본서 유통되는 히로뽕의 70∼80%,미국 서부지역서 유통되는 히로뽕의 상당량이었다는 사실은 우리의 부주의와 방심의 결과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마약의 유통은 암흑가의 범죄와 깊이 연관이 있어 한국이 마약의 중간공급처였음은 한국의 대외적인 이미지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한국서 흘러 들어가는 히로뽕으로 인해 한일간에 마약대책회의가 연례적으로 열리기까지 하였는데 88년 이후 히로뽕의 밀반출이 급격히 줄고 지난해에는 단 1건도 적발되지 않음으로써 한국의 이미지가 크게 개선되게 되었다.
이처럼 마약의 밀반출이 근절된 것은 마약에 대한 당국의 단속과 감시가 집중적으로 실시된 결과라고 할 수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이 마약의 중간공급지가 됨으로써 국내의 마약오염이 심해진 결과가 아닌가 하는 추정도 가능하다. 전자의 경우라고 하면 다행스러운 결과라고 하겠지만 후자의 경우라고 하면 더욱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결과다.
80년대 중반까지 서울,부산 등 대도시 주변과 청소년층에만 국한되는 것으로 여겨졌던 마약오염이 전국과 사회전반으로 번져나가 기업인·회사원·연예인 등 유명인이 관련된 마약사건이 최근에 잇달아 발생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마약오염문제가 일본세관서의 밀반출이 적발되지 않은 것만으론 안심할 수 없는 상황임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의 마약사범 적발건수는 87년 2천16건,88년 3천9백39건,89년 3천8백76건,90년 4천2백22건으로 검찰에 마약전담반이 설치되고 단속이 집중된 89년 한때 주춤했다가 90년에는 다시 증가추세에 있으며 히로뽕의 사용이 다소 줄어드는 대신 90년대의 마약으로 불리는 코카인과 LSD의 사용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일본으로의 히로뽕 밀반출이 근절된 것을 계기로 단속과 감시의 고삐를 더욱 휘어잡아 국내마약의 유통을 철저히 뿌리뽑고 국제연계조직을 차단하는 것만이 마약오염을 완전히 치유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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