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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요구 주목해야(사설)

입력
1991.03.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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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서특혜」사건에서 한보측의 로비를 받고 금품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일부 언론계 사람들의 명단과 금품수수 내역을 밝히라는 언론계의 끈질긴 요구를 끝까지 외면할 것인가. 그 요구가 돈을 받은 사실에 가책을 느낀 나머지 선수를 치는 행위라거나,무시당한 데서 오는 반사적인 심술차원이 아니냐는 등 얄팎한 세속적 계산에서 나오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보고 있기에 하는 소리다. 언론이나 언론계 사람들이라 해서 비리에 관해 성역이 있을 수 없음은 국민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일이기에,수서의혹과 관련해 정부관리와 국회의원들이 검찰조사를 받았다면 언론계 사람들도 받아야 마땅하다. 법의 집행이 형평을 잃으면 안 된다는 점에서 그러하고,수서사건이 이 사회에 미만된 부패구조를 척결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예외를 인정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회분위기다.그러나 그것만으로 언론계의 요구는 설명되지 않는다. 언론계의 자정의지가 깊은 내면에서 나오고 있고,그 「의지」가 「요구」를 범언론계로 확산시키고 있음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왜 언론계는 지금까지 지켜오던 기득권의 틀을 부정하는 변화의 목소리를 갑자기 내기 시작한 것일까. 그 점은 갈피를 잡기 어려운 국정의 흐름,달라지고 있는 민심의 흐름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나라 이 사회가 이렇게 구심력이 없이 흘러가다가는 안 되겠다는 자각이 지식층과 중산층을 포함한 여론계도층에 형성되기 시작했고,그 흐름이 언론계에도 공감대를 만들기 시작했다고 볼 수가 있는 것이다. 단적으로 말해 지난 수십 년간 필요악처럼 치부돼 오던 기자단이 구체적으로 해체론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 그 같은 흐름을 상징하고 있다.

정보의 교류 등 장점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부패와 연결될 수 있는 담합의 소지를 원천적으로 없애기 위해 기자단제도의 존폐를 검토하고 있다면,그것은 언론계에 그에 따르는 고통과 갈등을 감수할 각오와 자세가 형성돼 가고 있음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수서사건을 계기로 그 움직임이 새로이 나온 게 아니라 고개를 내밀고 있던 것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가 있다.

그런 점에서 민심과 먼거리에 있었던 쪽은 오히려 정치권이었다. 이 판국에 쓸데없는 외유를 자제하라고 언론이 입을 모으다시피 했을 때 극히 소수의 정치인만이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공안파가 여론에 편승해서 정치적으로 이용했는지 여부는 별개의 문제지만 뇌물외유 자체는 외유자제의 약속을 깨고 모두 출국했기에 언론이 그 외유자 명단을 의도적으로 추적하면서 비롯된 것이며 사실보도 뒤 걷잡을 수 없이 여론의 집중적인 지탄을 받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무언가 달라져야겠다」는 여론의 흐름은 수서사건을 계기로 좀더 형태가 분명해져 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6공정부의 상처가 보다 커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나,물갈이론이 보다 무성해진 것은 그 흐름이 좀더 빨라지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사회의 부패구조가 어제 오늘 비롯된 것은 아니나,과거 권위주의 정부 아래선 정부장악력이 강했고 사정능력도 상대적으로 강해 지금보다는 억지효과가 있었다. 지금 국민들이 공권력은 말할 것도 없고 이제 종교가 나서더라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믿기에 이르렀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정부는 언론인의 금품수수설부터 단호하게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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